대통령 '국가원수' 지위 삭제·감사원 독립… "제왕적 권한은 그대로"

입력 2018-03-22 18:34
대통령 개헌안 (3) 권력구조·선거제도

'권한 분산' 전문가 진단

감사위원 3명 국회 선출… 대통령 통제 여전
'사면권' 심사위 의무화는 이미 법에 규정
선거 연령 18세 하향은 지방선거용 지적도


[ 서정환/배정철 기자 ] 청와대는 22일 ‘대통령 4년 연임제’를 채택하고 총리와 국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권력구조 부분 헌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브리핑에서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고 합의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권한이 실질적으로 크게 줄어들지 않는 ‘준(準)제왕적 대통령’을 유지하는 개헌안이라고 비판했다.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 동시 실시

청와대는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제안한 대통령 4년 연임제를 그대로 개헌안에 반영했다. 4년 연임제가 채택되면 2022년부터 대선과 지방선거를 동시에 치르게 된다. 대선 때는 결선투표제도 도입된다.

국무총리 임명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국회가 동의’하는 현행안을 유지하기로 했다. 조 수석은 “국회에 총리 선출권을 주는 것은 ‘분권’이라는 이름 아래 변형된 의원내각제를 대통령제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국세청 등 4대 권력기관에 대한 인사권을 그대로 두는 등 대통령의 권한 축소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대통령 권한 축소를 위해 부분적으로 손을 댔지만 의회가 대통령을 견제하는 장치는 미흡한 측면이 많다”며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꾼 게 아니라 준제왕적 대통령제로 가는 개헌”이라고 지적했다. 장용근 홍익대 법학과 교수도 “이번 개헌은 대통령의 권한 남용에 초점을 맞추고 방지책을 만드는 게 핵심인데 우선 연임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순서가 바뀌었다”고 비판했다.

개헌안은 대통령의 ‘국가원수’ 지위를 삭제하고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행사할 때 사면위원회의 심사를 반드시 거치도록 했다. 총리가 ‘대통령의 명을 받아’라는 문구도 삭제해 책임지고 행정 각부를 통할하도록 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 권한은 대부분 유지한 채 헌법에 문구만 없애 마치 견제를 확대한 것 같이 포장만 했다”고 지적했다. 어느 국가든 나라를 대표할 상징적인 국가원수가 필요한데 이를 삭제해 ‘누가 대표자인지’ 불필요한 논란만 일으키고 국민에게는 우월적 권한을 삭제하는 것 같은 착각만 일으킬 뿐이라는 비판이다.


◆감사원 과반은 대통령 통제

개헌안은 대통령 소속인 감사원을 독립기관으로 분리했다. 감사위원 전원을 감사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던 것을 감사위원 중 3명을 국회에서 선출하도록 했다. 하지만 현행 헌법상 감사위원 7명 가운데 3명을 국회에서 선출해도 대통령이 감사원장을 임명하고 나머지 과반을 감사원장이 제청하는 한 감사원은 대통령의 영향 아래 있을 수밖에 없다. 개헌안은 또 국회의원 1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만 정부가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할 수 있도록 해 국회의 입법권을 강화했다. 국회의 예산심의권 강화를 위해 예산법률주의를 도입해 국회의 재정 통제를 강화했다.

선거 연령을 선진국과 같은 만 18세로 낮추는 안도 개헌안에 들어갔다. 조 수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한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만 18세 또는 그보다 낮은 연령부터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 연령 하향은 작년 1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 소위를 통과했지만 본회의 문턱은 못 넘었다. 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는 “선거 연령을 낮추는 것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젊은 유권자를 의식한 지방선거용 개헌이라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개헌안에는 선거의 비례성 원칙도 들어갔다.

서정환/배정철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