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둘 때 됐으니 박수칠 때 떠나라고요?… 8년 만에 우승했는데 이제부터 시작이죠"

입력 2018-03-22 17:59
수정 2018-03-23 05:47
KLPGA 14년차 '베테랑' 홍란

'개막전' 브루나이오픈 정상
2837일 만에 통산 4승째
"2년간 투어 시드 확보했으니
15년 선수생활 목표 이룬 셈"

야마하 리믹스클럽으로 교체
아이언 비거리 5m 더 늘어
25도 유틸리티 '필살 무기'로


[ 최진석 기자 ]
“8년 만의 우승으로 많은 게 달라졌습니다. 올해 목표를 다승으로 수정했고요. 선수생활도 오래 할 생각입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14년차 베테랑 홍란(32·삼천리)은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19일 브루나이 반다르세리베가완의 엠파이어호텔CC(파71·6397야드)에서 열린 KLPGA 투어 브루나이 레이디스오픈(총상금 7억원)에서 최종합계 18언더파 195타를 기록하며 우승했다.

그는 “올해 목표가 1승이었는데 올 시즌 세 번째 대회 만에 우승을 하니 욕심이 더 생겼다”며 “많은 대회가 남았기 때문에 2승, 3승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홍란은 2010년 6월 에쓰오일 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 이후 175번째 대회 만에 햇수로 8년, 정확히 2837일 만에 통산 4승째를 거뒀다. 그는 이번 우승으로 2020년까지 시드를 확보했다. 홍란은 “올해가 투어 14년 차인데 ‘그래도 15년은 채워야지’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2년 시드를 확보하면서 투어 활동 목표도 15년에서 20년으로 늘렸다”고 웃으며 말했다.

홍란은 KLPGA 투어의 ‘맏언니’다. 그가 대회장에서 먼저 인사하는 선배는 안시현(34·골든블루)과 홍진주(35·대방건설) 단 두 명뿐이다. 홍란은 “KLPGA 투어는 다른 투어에 비해 선수들이 어린 편”이라며 “그러나 해외에서 투어생활을 길게 성공적으로 하는 선수들이 늘었고, 국내 투어에서도 20대 중후반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기 때문에 달라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홍란에게도 “이제 그만할 때가 되지 않았나. 박수칠 때 떠나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는 “선택은 선수인 내가 하는 것인데 욕심이 더 나고 더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포기하지 않았다”며 “이번 우승으로 그동안의 고생과 기다림을 보상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홍란은 이번 대회에서 첫날부터 한 번도 선두를 뺏기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했다. 2008년 레이크사이드 여자오픈 우승 이후 10년 만이었다. 홍란은 “첫째 날 선두로 경기를 마친 뒤 응원 메시지를 받았는데 보통 이럴 때 ‘잘하고 갈게요’라고 답장을 했다”며 “이번엔 달랐다. ‘트로피 가져갈게요’라고 답장을 보냈다.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층 커진 자신감의 배경에는 새로 바꾼 무기가 있었다. 2014년부터 야마하 클럽을 사용해온 홍란은 올해 클럽을 교체했다. 그는 “지난 1월 동계훈련 때부터 새로 나온 118 리믹스 클럽으로 연습했다”며 “아이언의 경우 이전 116 리믹스 클럽보다 비거리가 5m 정도 더 늘었다. 덕분에 힘을 안주고 부드럽게 쳐도 원하는 거리에 나가서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홍란이 꼽은 ‘필살 무기’는 25도 유틸리티다. 그는 “5번 아이언을 빼고 유틸리티를 넣었다”며 “155m를 보내는 데 거리와 정확도 모두 뛰어나 만족스럽다”고 설명했다.

그는 2주 뒤 제주도에서 열리는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 출전한다. 홍란은 “그동안 시드 유지를 걱정하면서 투어를 뛰었는데 시즌 초반부터 우승해 그런 걱정 없이 마음 편하게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올 시즌 2승, 3승을 할 수 있도록 많이 응원해달라”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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