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0년부터 원자력발전소 주변 지역 주민 11만명 전원에 대해 방사선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 조사하기로 했다. 원전 작업자를 포함해 방사성 동위원소를 취급하는 산업체 전·현직 종사자 15만명에 대한 조사도 추진한다. 국내에서 원전이 가동된 이후 진행한 건강역학 조사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2일 제79회 전체회의를 열어 이같은 내용을 담은 ‘방사선 건강영향 추진방안’을 보고했다.
원전 주변에 사는 주민과 원전 종사자를 대상으로 삼는 역학조사는 지난 1991~2011년에 걸쳐 3만6176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당시 조사에서는 원전 주변 지역 여성 갑상선암 환자가 다른 지역보다 2.5배 많다는 결과가 있었지만 방사선과 연관성을 시사하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일부 학계에서 연관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반론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2013~2015년 첫 조사 결과를 재검토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했다.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진은 후속 연구에서 방사선과 암 발병이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할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결론내면서 추가 조사 필요성이 제기됐다.
원안위는 우선 첫 단계로 방사선작업종사자를 대상으로 방사선 노출 환경과 질병의 관계를 추적하는 코호트 조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현직 종사자 4만명 가운데 우선 2만명을 조사 대상에 포함시키고 점진적으로 전직 종사자를 추가해 총 15만명을 추적 조사할 계획이다. 고리와 월성, 울진, 영광 등 4개 원전 지역 반경 5㎞ 이내에 사는 주민 11만명도 전원 조사대상에 포함됐다. 특히 이전 조사에서 빠진 기존 암 환자와 방사선에 취약한 성장기 소아 및 청소년을 이번에는 포함시키기로 했다. 원안위는 올해부터 2년간 한국원자력의학원을 통해 건강평가 모델을 개발한 뒤 이르면 2020년부터 조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원안위는 주민에 대한 역학 조사를 5년 단위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5년 주기 조사를 하는 이유는 암 등 질환이 잠복기가 있는 점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2025년 이전 한걸음 더 들어간 추적 조사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방사선작업종사자 조사는 이보다 빠른 내달부터 착수해 5년 주기로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원전 주변 지역에 사는 주민에 대한 역학 조사는 미국과 일본, 프랑스 등 주요 원전 운영 국가도 도입하고 있다. 프랑스 방사선방호연구소와 국립보건소는 주민과 종사자를 대상으로, 미국은 미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암센터와 질병예방통제센터가 주민, 작업종사자, 환자를 대상으로 건강영향 평가를 하고 있다. 원안위 관계자는 “아직까지 방사선이 원전 주민의 암 발병율을 높인다는 직접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최근 연구에선 관련이 있을 경향성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과 작업종사자에 대한 완벽한 추적조사가 이뤄지려면 법 개정과 조사 범위 등에서 넘어야할 산이 많다. 우선 개인별 추적조사를 위해 거주지역과 거주기간 정보 등을 활용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개인정보 보호, 활용과 관련해 원자력 안전법 개정이 필요하다. 바람과 지형 요인을 감안한 환경 방사선량과 건강 정보를 비교하기 위해 정확한 수치모델을 개발하는 것도 과제다.
북극 항로 등을 운행하면서 우주 방사선에 노출되는 항공사 승무원은 이번 1차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원자력안전법이 규정한 방사선작업종사자에 자연방사선인 우주 방사선에 노출된 항공사 승무원이 들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원안위에 따르면 항공사 승무원의 연간 평균 피폭량은 2.05mSv(밀리시버트)로 원전 종사자 연간 피폭량인 0.76mSV의 세 배에 가깝다. 국토교통 통계누리에 따르면 국내 양대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만 해도 우주 방사선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조종사와 객실 승무원수만 각각 9511명과 5331명에 이른다. 신종한 원안위 과장은 “방사선 노출이 많은 항공사 승무원들은 생활주변방사선안전관리법에 따라 관리하고 있다”며 “추후 항공승무원 같은 직업군에 대해 조사를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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