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만 팔던 주방용품… "이젠 레시피 팔아요"

입력 2018-03-22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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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스·음식 분쇄하던 블렌더
죽 만드는 기능 추가해 히트
휴롬 '레시피 연구소' 운영


[ 전설리 기자 ] “제품의 어떤 면을 강조해야 많이 팔 수 있을까.”

기업들이 신제품을 내놓을 때 치열하게 하는 고민 가운데 하나다. 주로 성능 디자인 가격 등이 마케팅 포인트가 된다. 주방용품업체들은 종종 레시피를 활용한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빵을 구울 수 있다” “육즙과 풍미가 살아있는 갈비찜을 요리할 수 있다” 등이다.

최근 이색적인 레시피 마케팅으로 판매 촉진에 나선 주방용품들이 눈길을 끈다. 해피콜의 초고속 블렌더 ‘엑슬림’과 드롱기의 가정용 우유 거품기 ‘구름치노’다. 엑슬림은 ‘죽, 수프도 끓이는 블렌더’로 마케팅 포인트를 잡아 홈쇼핑 등에서 ‘히트’를 쳤다. 2015년 첫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 57만 대, 매출 2000억원을 기록했다. 이 제품이 꾸준히 잘 팔리자 해피콜은 작년 10월 성능을 더 높여 신제품 ‘엑슬림Z’를 선보였다.

블렌더는 주로 과일주스를 만들거나 원재료를 분쇄하는 데 쓴다. 엑슬림은 죽과 수프 조리 기능을 추가했다. 통상 죽을 만들 때 블렌더에 원재료를 넣어 곱게 간 다음 냄비에 옮겨담아 끓인다. 뜨거운 불 앞에 오래 서서 엉기지 않게 저어줘야 한다. 엑슬림은 이런 불편한 과정을 없앴다. 원재료와 물을 넣고 ‘셰프 모드’ 버튼만 누르면 곧바로 따끈한 죽을 요리한다.

드롱기도 최근 구름치노를 내놓으며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해야 잘 팔릴까. 고민 끝에 인스턴트커피를 활용하기로 했다. 우유 거품기는 주로 카페에서 원두커피로 카푸치노를 만들 때 쓴다. 드롱기는 ‘집에서 인스턴트커피로 카페에서 마시는 카푸치노와 같은 풍성한 거품의 카푸치노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레시피를 함께 내놨다. 구름치노에 우유와 인스턴트커피를 넣고 버튼만 누르면 된다. 드롱기 관계자는 “기존 원두커피뿐만 아니라 인스턴트커피를 즐겨 마시는 이들까지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마케팅”이라고 했다.

원액기 착즙기 등을 제조, 판매하는 휴롬은 김해 본사 내 레시피를 연구하는 바이오 식품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휴롬 원더’ 등 자사 제품으로 건강에 좋은 과일·채소주스를 만드는 방법을 연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레시피를 제공한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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