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Study - 금융 인사이트 (3)
1938년 등장, 여전히 유명한
엘리엇 파동분석법
1.618 '황금 숫자' 내세워
금융상품 가격 변동 예측
검증해보니 예외 많은 '非과학'
스티븐 호킹 박사가 사망했다. 그는 루게릭병을 이겨낸 장애 극복의 아이콘이며, ‘아인슈타인 다음가는 천재 물리학자’로 불릴 만큼 블랙홀과 우주론 분야에서 놀라운 업적을 남겼다. 온몸은 마비됐지만 의심하고 탐구하는 과학적 지성은 막을 수 없었다. 그 덕분에 숭배의 우주는 과학의 우주가 될 수 있었다.
경제와 경영, 금융 분야에도 많은 천재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 덕분에 시장과 상품분석법을 배워 의사결정에 활용하고 있다. 가격만을 분석하는 기술적 분석은 400년의 역사를 가졌고, 가격과 가치를 함께 분석하는 기본적 분석은 100년이 안 되는 역사를 가졌다. 우주에 대한 관심에 비해 턱없이 짧은 역사다.
의사결정은 감에 의존한 예술적 투자와 논리에 입각한 과학적 투자가 섞여 있다. 예술에 기반한 투자가 틀렸다고 할 수 없고, 과학적인 투자가 옳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다만 피카소의 기법은 일반인이 따라할 수 없는 예술의 영역이지만, 에디슨의 영역은 제대로 배우면 모두가 할 수 있는 과학의 영역이라는 차이가 있다. 워런 버핏의 투자 기법을 배워서 우리가 활용할 수 있다면 그의 분석은 배울 만한 가치가 있지만, 그의 투자가 그만의 감에 기반한 방식이라면 우리는 피카소의 작품을 즐기듯 그의 투자를 즐길 수 있지만 배울 수는 없을 것이다.
# 엘리엇 파동분석법 진실일까
서점의 재테크 코너에는 투자를 배우려는 사람들을 위한 수많은 책이 있다. 이 책들은 성공적인 투자 경험을 이야기하고, 당신도 할 수 있다며 분석기법을 알려준다. 여전히 유명한 기술적 분석 기법에 ‘엘리엇 파동분석법’이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 기법은 ‘그때도 틀렸겠지만 지금도 여전히 틀린’ 과학의 외피를 쓰고 있는 예술일 따름이다. 미국의 랠프 넬슨 엘리엇이 1938년 주장한 이 구시대의 모델은 왜 아직도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세상은 이해하지 못할 일로 가득 차 있고, 인류는 이를 신의 뜻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신이 부여한 세상의 질서를 찾는 과정에서 천문학과 물리학이 발달했다. 엘리엇도 신이 부여한 아름다운 질서, 절대적인 질서를 수학이라는 틀을 통해 봤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해바라기나 솔방울, 파인애플 등은 모두 피보나치 수열(1, 1, 2, 3, 5, 8, 13 등)을 따른다. 세상이 가장 조화로울 때는 그 비율이 1 대 1.618이고, 이 질서로 우주가 구성돼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 비율을 따를 때 예술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인체비례나 최후의 만찬도 이를 따르고, 건축물인 피라미드와 파르테논신전도 이를 따른다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일부 광신도들은 신용카드, 담뱃갑, A4 용지도 황금비율을 따른다고 주장했다. 1.618은 황금 숫자(Golden Number) 즉, 신의 뜻으로 만들어진 수이며 시간과 공간에 관계없이 절대적이며,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금융상품의 가격도 이 패턴을 따른다는 것이었다.
# 연구 끝에 다다른 결론은 허구성
필자 또한 1996년 처음으로 차트를 읽는 법과 각종 기술적 지표를 접했다. 우주의 생성과 생물의 진화가 황금비율로 구성돼 있다는 엘리엇 파동분석은 경이롭기만 했다. 비밀을 찾으면 엄청난 보물이 존재할 것 같아 관련 책과 소프트웨어를 열심히 공부했다. 절대적이라는 원칙은 쉽게 무너졌고, 해석 방법은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예외투성이였다.
숫자로 돼 있어 과학적인 것처럼 보이는 황금비율은 사실일까. A4 용지는 1 대 루트2(1.414)를 따른다. 비너스상도 다비드상도 황금비율이 아니다. 인체비례도, 최후의 만찬, 피라미드, 파르테논신전 모두 황금비율과 차이가 난다. 시장의 비밀도 없었고 보물은 신기루 속에만 존재했다. 바보처럼 한참을 오르고 난 뒤 난 이렇게 외쳤다. “이 산이 아닌게벼.”
필자뿐 아니라 많은 투자자들이 왜 이런 실수를 할까. 사람들은 “어,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인터넷에서 봤어요” “사람들이 맞다고 하던데요”라고 말한다. 느끼는 대로 말하고 익숙한 것을 옳다고 생각하고, 다수의 의견에 동조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지구가 태양을 도는 것이 아니라 태양이 지구를 돌아야 한다. 숫자로 포장된 유사과학은 고쳐지는 것이 아니라 확대 생산되기도 한다.
아는 게 없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잘못 알고 있거나, 쉽게 믿어버리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휠체어 위에서도 호킹 박사는 과거를 의심하고 현재를 탐구하는 지성을 보여줬다.
최일 < 이안금융그룹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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