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앞두고… '홍준표 vs 중진' 다시 충돌

입력 2018-03-21 19:32
수정 2018-03-22 06:44
공천 국면서 내홍 겪는 한국당

'홍준표 대표 책임' 제기한 중진들
후보영입 부진 등 비난하며
"직접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라"
22일 회동 갖고 공식입장 발표

선거뒤 조기 전대 시사한 홍준표
"한줌도 안되는 그들이 당 흔드는 것 용납 않겠다
다음 총선서 강북 등 험지 차출"


[ 박종필 기자 ]
자유한국당이 6·13 지방선거 공천 국면에서 또다시 내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부 옛 친박(친박근혜)계 중진의원들이 홍준표 대표의 인재 영입 실적 부진에 따른 책임론을 제기하며 “홍 대표가 직접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라”고 요구했다. 홍 대표가 이에 발끈해 중진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등 파열음이 터져나오는 모양새다.

당내 4선 이상 중진의원들은 지난달 8일에도 홍 대표에게 “한국당이 보수정당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동안 중단됐던 최고위원·중진의원 간 연석회의를 열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홍 대표가 “당헌·당규에도 없는 회의체”라고 거절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바 있다.

이번 발단은 지난 20일 홍 대표의 리더십에 반대하는 중진의원들이 제기한 ‘홍준표 책임론’이다. 홍 대표는 서울시장 후보로 홍정욱 전 의원과 이석연 전 법제처장 등의 영입을 추진했지만 모두 고사해 수포로 돌아갔다. 한 중진의원은 기자와 만나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도 당의 요구대로 하겠다며 선당후사 자세를 밝힌 만큼, 홍 대표도 서울시장 후보로 직접 뛰겠다는 결기를 보여줘야 한다”며 “그래야 소속 의원들이 따른다”고 말했다.

중진의원들의 이 같은 당내 여론전은 실제 홍 대표의 출마가 가능해서라기보다 홍 대표 체제에 대한 압박용으로 풀이된다. 한국당 관계자는 “당의 지방선거 사령탑을 맡고 있는 입장에서 위험 부담이 큰 서울시장 후보로 직접 뛴다는 것은 불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중진의원들은 22일 회동을 거쳐 공식 입장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복수의 후보자가 지원한 곳이라도 후보자 간 경쟁력이 현격하게 차이가 난다고 판단되면 경선이나 2차 심사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공천자를 확정하는 ‘홍준표식 공천’에도 낙천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날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경기지사 후보로 남경필 현 지사를 낙점하자, 공천신청을 했던 김용남·박종희 전 의원은 홍 대표를 비판하고 나섰다.

김 전 의원은 “깜도 안 되는 당대표가 한국당을 최악의 구렁텅이로 밀어넣고 있다”고 했고, 박 전 의원은 “홍 대표가 당의 얼굴이라서 위기”라고 비판했다.

홍 대표는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에게로 향한 칼끝을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그는 “편한 지역에서 당을 위한 별다른 노력 없이 선수(選數)만 쌓아온 극소수 중진 몇몇이 나를 음해하는 것에 분노한다”며 “그들(중진의원)의 목적은 나를 출마시켜 당에 공백이 생기면 당권을 차지할 수 있다는 음험한 계책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 대표는 지방선거 이후 조기 전당대회를 열고 당대표에 대한 재신임을 받을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지방선거가 끝나면 어차피 다시 한번 당권 경쟁을 할 것”이라며 “그때를 대비해 당원과 국민의 마음을 사는 헌신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한국당 현역의원들이 연일 당 지도부를 비판하는 이유는 홍 대표 임기가 내년 7월 끝나 2020년 4월에 치러질 21대 총선에서 공천권이 없기 때문”이라며 “만약 지방선거 후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당대표 임기 2년을 새로 시작할 경우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홍 대표는 이 같은 점을 고려한 듯 “한줌도 안 되는 그들이 틈만 있으면 연탄가스처럼 비집고 올라와 당을 흔드는 것을 이제는 용납하지 않겠다”며 “다음 총선 때는 그들도 당을 위해 헌신하도록 (서울) 강북 험지로의 차출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