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번·지문 없이도 결제… 쿠팡의 '혁신 드라이브'

입력 2018-03-21 19:20
수정 2018-03-22 06:04
소비자 과거 구매패턴 분석
부정거래 탐지 알고리즘 개발
패턴 벗어나면 비밀번호 요구

상품평엔 조작 확인 시스템
'솔직한 후기' 상위로 올려


[ 안재광 기자 ] “쿠팡은 정보기술(IT) 기업이다.”

김범석 쿠팡 대표가 회사를 정의할 때 하는 얘기다. ‘온라인 쇼핑몰’이라고 보는 소비자 인식과는 차이가 있다. 업(業)의 본질을 ‘기술’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쿠팡 하면 떠오르는 ‘로켓 배송’도 물류를 최적화하는 IT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쿠팡의 결제시스템과 상품평 등에도 차별화된 기술이 녹아 있다. 쿠팡은 지난 1월 국내 처음으로 ‘원터치 결제’를 도입했다. 소비자가 비밀번호나 지문을 입력하지 않고도 결제 버튼만 누르면 바로 주문할 수 있다. 보안 문제 때문에 국내 업체들이 시도한 적이 없는 서비스다. 쿠팡이 자체 개발한 ‘부정거래 탐지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쿠팡은 로그인을 한 소비자의 과거 구매 패턴을 분석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이 패턴대로 구매가 이뤄지면 비밀번호나 지문이 필요 없다. 하지만 패턴에서 벗어나면 비밀번호를 요구한다. 기저귀 분유 등을 구입했던 30대 주부가 갑자기 전동 킥보드를 사려고 하면 부정거래 의심 사례로 분류하는 식이다. 이때는 보안이 강화되고 비밀번호 등을 입력해야 구매할 수 있다.

소비자가 구매할 때 많이 참조하는 상품평에도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기술이 들어가 있다. 쿠팡의 상품평에는 일방적 칭찬이나 똑같은 말의 반복이 거의 없다. 구매한 사람의 비교적 솔직한 평가가 많다. ‘신뢰도 평가 시스템’ 덕분이다. 이 시스템은 반복되는 문구나 단어 등의 패턴을 분석해 자동으로 걸러준다. 같은 IP에서 반복적으로 글이 올라오면 조작된 것은 아닌지 확인하는 작업을 거친다.

상품평에서 키워드 검색도 가능하다. 사과를 구매할 때 키워드에 ‘맛’이란 단어를 치면 ‘사과맛’ 관련 상품평만 나오게 했다. 일일이 상품평을 볼 필요가 없이 필요한 것만 보면 된다. 평가할 땐 단순 평점이 아니라 구체적 질문에 답하게 해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게 했다. 글자뿐 아니라 사진과 동영상 형태의 리뷰를 작성하거나, 상품평에 순위를 매겨 매주 랭킹을 정하는 것도 쿠팡이 먼저 도입한 것들이다.

쿠팡은 내부에 쌓인 소비자 데이터를 분석해 자체브랜드(PB)도 내놨다. 작년 7월 출시한 ‘탐사’다. 쿠팡 이용자가 남긴 수천만 개의 상품평, 구매 패턴이 바탕이 됐다. 생수는 약 16만 개 데이터를 분석한 뒤 소비자들이 용량에 대한 불만이 많다는 점을 파악했다. 쿠팡은 300mL, 500mL, 1L, 2L 등 용량을 세분화한 ‘탐사수’를 내놨다. 롤 화장지는 상품평 8만여 개를 분석해 ‘면적이 넓고 두툼한 화장지가 필요하다’는 소비자 요구를 반영했다. 쿠팡은 더 정교한 기술 개발을 위해 아마존 구글 등에서 IT 인재들을 영입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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