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어떤 스포츠를 좋아하시나요. 지금은 겨울 스포츠 시즌의 마무리와 여름 스포츠 시즌의 시작이 맞물리는 때죠.
야구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개막을 앞두고 두근거리는 마음을 숨기지 못할 것입니다. 축구 팬이라면 다가오는 월드컵을 기다리며 리그를 즐기고 계실거구요. 겨울 스포츠인 농구와 배구 팬들은 플레이오프와 챔피언 결정전을 보며 유종의 미를 거두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야구와 축구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데 농구와 배구엔 흔한 게 있습니다.
바로 '금융회사'입니다.
프로야구의 10개 구단은 넥센과 NC소프트를 제외하면 모두 대기업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축구 역시 비슷했지만 최근엔 시민구단이 늘어나는 추세죠.
하지만 겨울 스포츠인 농·배구로 오면 분위기가 확 달라집니다.
은행이나 보험사, 제2금융권까지 금융사들이 리그를 이끌고 있습니다. 한 번 세어 볼까요?
여자농구 6개 팀은 모두 금융권 회사들이 운영하고 있고 남자배구도 7개 팀 중 5개팀이 금융사 팀입니다. 여자배구에도 IBK기업은행과 흥국생명 등 2팀이 활약 중이며 남자농구에도 원주 DB가 금융 계열 팀에 속한다고 볼 수 있죠.
이렇게 스포츠 마케팅에 열심인 금융사들이 왜 축구나 야구에는 손을 내밀지 않는 걸까요.
가장 큰 이유는 '돈'입니다.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프로 스포츠인 프로야구 구단의 운영비는 농구나 배구를 훨씬 뛰어넘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삼성 라이온즈를 예시로 들어 볼까요.
라이온즈는 지난해 매출 702억원과 영업손실 1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지출 중 선수단 운영비만 떼 놓고 봐도 370억원에 달합니다. 매출의 절반인 370억원은 광고수익인데요. 이 중 92%인 340억원이 제일기획과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입니다. 연간 수백억원을 투입할 수 있는 모기업이 없다면 운영이 어렵다는 뜻이죠.
반면 경기 수도 적고 선수단 규모도 작은 농구나 배구는 연 운영비가 수십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적은 지출로 합리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다만 이번 시즌이 끝난 후 농구단 운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힌 여자농구 KDB생명의 경우처럼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임에도 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구단도 많습니다.
구단들이 사용하는 수십억원의 운영비는 대부분 모기업의 마케팅비로 계산됩니다. 기업들도 구단 운영 이유를 기업 마케팅과 사회공헌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실제 남자배구의 안산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는 배구단의 홍보 효과로 모기업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어낸 좋은 사례로 꼽힙니다. 창단 당시만 해도 '대부업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던 러시앤캐시는 배구단 창단 후 호성적을 기록하면서 좋은 이미지를 얻었습니다.
흥국생명 핑크 스파이더스 역시 '월드스타' 김연경과 함께 파격적인 핑크색 유니폼으로 젊고 활기찬 이미지가 생겨났습니다.
별도 법인으로 운영되고 있는 야구와 달리 농구와 배구단이 개별 기업 내부에 존재하는 점도 이런 '규모의 차이' 때문입니다. 오히려 기업에 운영이 종속돼 있는 국내 프로 스포츠의 현실에서 독립 법인이 존재하는 야구가 특이한 케이스라는 설명입니다.
역사적인 맥락도 있습니다. 단숨에 프로화가 진행된 야구와 달리 농구와 배구는 긴 실업 리그의 역사를 갖고 있죠. 우리은행은 58년 상업은행 시절에, KB도 63년에 여자농구팀을 만들어 운영해 왔습니다. 이런 실업팀 운영의 노하우가 프로화 이후에도 이어지며 야구와는 다른 결을 만들어 낸 거죠.
일례로 여자농구팀 '우리은행 위비'의 구단주는 우리은행장이 맡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은행 위비의 구단주는 손태승 행장이죠.
그렇다면 선수들과 감독은 어떨까요?
확인 결과 '용역 계약직'으로 우리은행에 속해 있다고 합니다. 계약 기간이 끝날 때마다 재계약 협상에 나서는 프로 스포츠 선수의 특성이 반영된 거겠죠. 프로화가 되기 전 실업팀 때의 선수들은 모기업의 정규직 직원이었다고 합니다. 물론 시대적인 차이가 반영된 것이지만 프로화가 되면서 선수들이 정규직에서 계약직이 됐다고 하니, 재미있네요.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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