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를 만들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북한에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해주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황일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20일 ‘원전수출 국민행동’ 출범 기자회견에서 “개인적 의견으론 북한의 비핵화가 충분히 확인된다면 한국이 개발한 경수로가 (남북관계 개선의) 촉진제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한미 핵안보협의회 멤버다.
이병령 전 한국원자력연구소 원전사업본부장은 “북한은 전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남북간 화해를 위해서는 북한에 원전을 공급해야 한다”며 “(원전을 지어주는 게) 정치적으로도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본부장은 1994년 한국원자력연구소 대북경수로지원팀장을 맡았고 1995년에는 대북경수로지원대외협상 정부대표단으로 활동했다.
북한은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에 따라 핵개발 프로그램을 동결하는 대가로 경수로 건설을 지원받기로 했다. 하지만 경수로 건설이 지연되던 가운데 2002년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무기 개발을 비밀리에 추진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수로 공사 지원이 중단됐다.
황 교수는 “북한은 송전체계가 부실하기 때문에 만약 원전을 제공한다면 초기에는 소형원전이 적합하다”며 “장기적으로는 대형원전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원전수출 국민행동은 원전 관련 학계, 산업계, 노동계 등이 연합해 만든 시민단체다. 다음달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3만명이 참가하는 ‘원전수출 국민통합대회’를 열 예정이다. 김창영 전 국무총리실 공보실장은 “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원전을 수주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성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