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우수한 제품 대비 마케팅 아쉬워
품질 평준화로 마케팅 역할 커져
세계적으로 가전제품과 휴대폰을 함께 제조하는 기업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둘 뿐이다. 양사는 거의 모든 제품이 겹치다보니 경쟁을 숙명으로 받아들였다. LG전자가 새로운 제품을 내놓으면 이에 질세라 삼성전자는 신제품을 출시했고, 삼성전자가 새로운 기능을 탑재하면 LG전자가 또 다른 기능으로 대응했다.
이런 경쟁은 국내 전자제품의 품질을 끌어올리는데 큰 역할을 했으며 양사의 품질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가전은 LG, 스마트폰은 삼성'이라는 말처럼 양사는 각자 강점을 보이는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이 됐다.
양사의 제품들은 품질면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든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 품질을 극대화시키는 마케팅에선 미묘한 차이가 있다. 제품을 포장하는 기술인 '마케팅'이 양사의 실적으로 이어졌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LG전자의 마케팅은 "겸손하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좋게 말하면 점잖고 나쁘게 말하면 수동적이란 얘기다. 특히 스마트폰 제품에서는 문제점이 잘 드러난다. LG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G, V 시리즈와 중저가폰인 K, X 시리즈를 보유하고 있다. V10, G5, V20, G6, V30 순으로 출시되는데, 이는 각인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삼성전자가 모든 스마트폰에 '갤럭시'라는 이름을 달면서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LG전자는 신제품의 포인트가 될만한 기능을 홍보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스마트폰 V10 베젤에 20K 금을 박고도 홍보하지 않았고, 980g이라고 홍보한 노트북은 963g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또 20만원대의 저가 모니터에 수백만원대에나 적용되는 하드웨어캘리브레이션 기능을 넣고도 침묵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비자가 제품 홍보를 대신해 주는 경우도 있었다. 스마트폰 V20의 ‘포커스피킹’이라는 기능은 한 사용자가 리뷰영상을 통해 처음 알렸다. 이 기능은 카메라 촬영시 실제 초점이 맞춰진 부분을 녹색으로 표시해주는 유용한 기능인데, LG전자의 공식 홈페이지와 홍보 영상에서 전혀 소개되지 않았다. 작은 기능도 혁신적인 특징으로 포장하는 경쟁사들의 마케팅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마케팅으로 위기를 해결하기도 했다. 2016년 발생한 갤럭시노트7 소손 사태를 마케팅으로 털어낸 것.
삼성전자는 갤노트7의 교환제품으로 갤럭시S7을 제시하면서 블루코랄 색상을 적용할 뜻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부정적 의견이 주를 이뤘다. 발화 이미지가 있는 갤노트7의 색을 그대로 쓰는 것은 역효과가 날 것이란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는 갤노트7 출시 초기에 블루코랄 색상이 이례적 반응을 이끌었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고 밀어부쳤다. 결국 IM(IT·모바일) 부문은 그해 4분기 매출 23조6100억원, 영업이익 2조5000억원의 실적을 올리며 전년 동기 영업이익을 넘어섰다.
삼성전자의 공격적 마케팅은 과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QLED TV'가 대표적이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QLED 브랜드 사용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QLED TV는 LCD(액정표시장치) TV지만, QLED라는 이름 때문에 스스로 빛을 내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뛰어넘는 기술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디스플레이 학계는 일반적으로 OLED 구조에 유기 소재 대신 퀀텀닷(QD) 소재를 집어넣어 자발광하는 디스플레이를 QLED로 정의한다. 삼성전자 QLED TV는 OLED가 아닌 LCD를 사용했으니 당연히 차이가 있다는 설명.
이에 대해 삼성은 "QLED에 대한 정확한 산업적 정의는 없다. 디스플레이 인사이트는 QLED를 자발광, 광발광을 포함한 모든 퀀텀닷 소재의 디스플레이 기술로 정의하고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이런 움직임을 고도의 마케팅으로 해석하고 있다. LCD TV임에도 QLED를 브랜드로 사용하면, 경쟁작인 OLED TV보다 우수한 기술력의 TV브랜드로 소비자들이 인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는 비교마케팅까지 펼치고 있다. 지난해 8월 유튜브에 'QLED 대 OLED, 12시간 화면 잔상 테스트'라는 동영상을 올려 OLED의 잔상 문제를 제기한 것. 이를 두고 업계에선 글로벌 OLED 진영을 이끄는 LG전자에 대한 견제로 받아들였다.
만들어놓으면 저절로 팔리던 시절은 지났다. 이젠 비슷한 품질의 제품을 어떻게 파느냐가 중요해졌다. 어차피 엇비슷한 구슬이라면, 예쁘게 꿰어져서 보배로 보이는 쪽이 많이 팔린단 얘기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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