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지 교수 "미투라는 이름의 무례한 고발…사과하느니 강단 떠날 것"

입력 2018-03-19 20:45
수정 2018-03-19 21:21
하일지 교수 "인격살해 당해…미투 폭로 의도 점검해야"
'미투 비하·성추행' 논란 하일지 동덕여대 교수 "비이성적 고발"
학생들에게 사과는 거부…재학생 100여명 몰려 비난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인 하일지(본명 임종주·62)씨가 미투 운동 비하 논란에 이어서 2년 전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강단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하 교수는 14일 '소설이란 무엇인가' 수업을 진행하는 도중 안 전 지사 성폭력 피해자 김지은씨에 관해 2차 가해에 해당하는 발언을 하고,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을 두고 "처녀가 순진한 총각을 성폭행한 내용이다. 얘(남자 주인공)도 미투해야겠네"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아울러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의혹을 폭로한 김 씨에 대해서도 “결혼해준다고 했으면 안 그랬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 교수는 이날 오후 동덕여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들의 비난에 대해 “강의의 몇 토막이 악의적으로 유출됐고, 언론은 확인되지 않은 선정적 보도를 쏟아냈다”며 대중 앞에서 인격살인을 당해 교수로서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오히려 “누가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였는지도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하 교수는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문학 교수라는 자부심을 갖고 조용히 살았는데, 최근 느닷없는 봉변을 당했다. '미투'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무례하고 비이성적인 고발"이라면서 "사과할 의사가 없다. 강단을 떠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대중 앞에 인격살해를 당해 학생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게 됐다"면서 "제가 지켜야 할 것은 제 소신이라 판단, 마지막으로 모범을 보이겠다"며 사퇴의사를 공개했다.

하 교수는 최근 제기된 학생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는 "미투 운동에서 우리는 고백에 관해 세 가지 점검이 필요하다"면서 "사실관계, 고백자의 진실한 감정, 고백자의 의도 등을 점검해야 한다"며 거꾸로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오늘 사직서를 제출할 생각이지만, 학교 윤리위원회에서 출석하라고 하면 하겠다"면서 "그러나 거듭 말하지만, (성추행 폭로 학생이나 다른 학생들에게) 사과할 뜻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하 교수가 기자회견을 한 백주년기념관 로비에는 동덕여대 학생 100여명이 찾아와 '하일지 교수는 공개 사과하라', '하일지 교수를 즉각 파면하라', '하일지 OUT' 등이 적힌 종이를 들고 시위했다.

1990년 소설 '경마장 가는 길'로 데뷔한 하 교수는 "이번 논란으로 문학교수로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받았다"며 "작가의 길로 돌아가겠다"고 전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기업의 환율관리 필수 아이템! 실시간 환율/금융서비스 한경Money
[ 무료 주식 카톡방 ] 국내 최초, 카톡방 신청자수 38만명 돌파 < 업계 최대 카톡방 > --> 카톡방 입장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