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골프황제’타이거 우즈(43)가 다시 한 번 부활샷을 쏘아 올렸다. ‘차세대 골프 황제’ 로리 매킬로이(29·북아일랜드)는 우승컵을 차지하며 긴 부진의 늪을 벗어났다. 19일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총상금 890만달러)에서다.
우즈는 이날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베이힐 골프클럽(파72·7419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6개 보기 3개를 묶어 3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를 친 우즈는 공동 5위로 대회를 끝마쳤다. 지난주 발스파챔피언십 준우승에 이은 2개 대회 연속 ‘톱10’이다. 자신이 목표로 삼은 4월 마스터스 대회에 대한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한 성적이다. 로리 매킬로이가 18언더파로 우승컵을 가져갔다. PGA 통산 14승째다.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쓸어담아 우즈를 포함한 경쟁자들을 모두 따돌렸다. ‘필드위의 골프 연구가’브라이슨 디샘보(미국)가 매킬로이에 2타 뒤진 2위,저스틴 로즈(38·영국)가 4타 차 공동 3위에 올랐다.전날까지 선두를 달렸던 헨릭 스텐손(42·스웨덴)은 마지막날 1타를 줄이는 데 그치며 4위로 주저 앉았다.
7언더파 공동 4위로 최종일에 들어선 우즈는 2주연속 순도높은 기량을 선보이며 지난주 발스파챔피언십 준우승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전반 초반부터 버디 3개를 잡아내며 기세를 올렸다. 아이언이 불을 뿜었다. 4번홀(파5)과 6번홀(파5)에서 200야드가 넘는 아이언샷을 똑바로 쳐 2온에 성공해 손쉽게 버디 2개를 잡아냈고,8번홀(파4)에서도 아이언샷을 핀에 가깝게 붙여 버디 한 개를 추가했다. 5번홀(파4)에서는 운이 두 번이나 따라주지 않는 진기한 장면이 연출됐다. 세컨드샷이 스프링클러 홀에 걸리면서 그린에 제대로 올라가지 못한데 이어 강하게 친 버디 퍼트가 깃대에 맞고 뒤로 물러나며 버디를 놓친 것이다. 공이 깃대 정중앙에 너무 정확하게 맞으면서 홀컵에 들어가지 않고 뒤로 물러나는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우즈도 어이가 없다는 듯 함박웃음을 지었다.
9번홀(파4)에서 보기를 내주며 흐름이 끊긴 게 아쉬웠다. 모처럼 잡은 드라이버 티샷부터 페이드가 걸리지 않아 슬라이스가 터져나왔다. 우즈는 구제를 받고 친 두 번째 샷을 핀 뒤로 길게 보내 어프로치 샷을 남겼다. 핀과의 거리가 30야드 정도여서 충분히 파를 세이브할 수 있었던 상황. 하지만 어프로치가 5m가량 길게 핀을 지나치면서 보기를 기록하고 말았다.
잠시 주춤했던 우즈는 후반부터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후반 첫 홀(파4)에서도 아이언 티샷을 한 우즈는 두 번째 샷을 핀 근처 3m부근에 붙인 뒤 침착하게 버디 퍼트를 홀안에 떨궈 네 번째 버디를 잡아냈다. 이어 12번(파5),13번홀(파4)에서 연속 버디사냥에 성공한 그는 선두 스텐손과 매킬로이를 한 타 차로 따라잡았다. 선두그룹에 우즈가 끼어들자 선두경쟁이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가 문제였다. 그린을 놓쳤던 14번(파3)홀을 파로 잘 막은 우즈는15번홀(파4)에서 아깝게 버디 퍼트를 놓쳤다. 7m정도의 긴 퍼트가 홀컵 왼쪽을 살짝 스치고 지나갔다. 성공했을 경우 공동선두에 올라설 기회였다. 기회가 날아가자 위기가 닥쳤다. 사고가 터진 곳은 16번홀(파5). 드라이버 샷이 왼쪽으로 당겨지면서 ‘오비(아웃오브바운즈)’가 난 것이다. 페이드샷을 칠 때 가끔씩 터져나오는 ‘풀훅’이 하필 선두추격의 속도를 내야할 곳에서 나왔다. 네 번째 샷만에 그린에 공을 올린 우즈는 7m가 넘는 긴거리 파퍼트에 실패하면서 보기를 적어냈다. 낙담한 우즈는 이어진 17번홀(파3)에서도 벙커샷 실패로 보기를 범했다. 순위가 공동 5위로 미끄럼을 탔다. 우즈는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파를 지키며 대회를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우즈가 선두경쟁에서 탈락한 사이 로리 매킬로이가 소리없이 선두로 치고 나왔다. 10언더파 공동 3위로 4라운드에 들어선 그는 전반에만 버디 3개를 뽑아내며 우즈를 제치고 헨릭 스텐손과 함께 먼저 공동선두에 올라섰다. 최장 352야드에 달하는 장타가 빛을 발하며 손쉽게 버디 사냥에 성공했고 선두경쟁도 주도하기 시작했다. 후반에서도 매킬로이의 기세는 사그러들지 않았다. 13번(파4),14번홀(파3)에서 연속버디에 성공한 그는 2위그룹과의 격차를 2타 차로 벌리며 독주체제를 구축했다. 스텐손과 디샘보가 잇따라 타수를 줄여내며 매킬로이를 추격했다. 하지만 매킬로이는 15번홀(파4)에서 다시 한 개의 버디를 추가하며 추격그룹을 멀찍이 따돌렸다. 어프로치 샷을 그대로 홀컵에 굴려 넣었다. 이어진 16번홀(파5)에서도 버디를 잡아내며 4홀 연속 버디쇼를 연출했다. 뒷조로 경기하던 디샘보가 16번홀에서 이글까지 잡아내며 매킬로이와의 격차를 1타 차로 좁혔지만 불붙은 매킬로이의 질주를 잠재우진 못했다. 매킬로이는 18번홀에서도 5m정도의 긴 버디 퍼트를 홀에 떨구며 우승을 사실상 확정했다. 디샘보가 마지막 홀에서 이글을 잡아야 연장을 갈 수 있었지만 그의 샷은 벙커에 빠지고 말았다.
2016년 2승을 올리며 페덱스컵을 차지했던 매킬로이는 골프황제 우즈의 뒤를 이을 ‘차세대 황제’로 일찌감치 낙점을 받았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 갈비뼈 부상으로 신통치 못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가장 좋았던 성적이 공동 4위. 우승은 2016년 9월 투어챔피언십이 마지막이었다. 조던 스피스,저스틴 토마스,더스틴 존슨 등과의 차기황제 경쟁에서도 뒤쳐졌다. 한 때 1위에 올랐던 세계랭킹도 13위까지 급전직하했다. 하지만 올 시즌 다섯 번째 대회만에 승수를 추가하며 1년 6개월여 만에 재기에 성공했다.
매킬로이는 올해 커리어그랜드슬램을 노리고 있다. 통산 메이저 4승을 기록 중인 그는 마스터스를 빼놓고 나머지 대회에서 모두 한 번 이상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타이거 우즈처럼 마스터스를 올 시즌 가장 큰 타깃으로 삼고 있는 이유다. 우즈의 부활과 매킬로이의 재기로 마스터스는 한 층 더 흥미로운 구도로 전개될 전망이다.
전날 8언더파 공동 4위로 우승경쟁을 기대케했던 안병훈이 2타를 잃어 6언더파 공동 14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공동 5위에 올랐던 혼다클래식에 이어 올 시즌 두 번째로 좋은 성적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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