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시각] 전자담배 영향, 경제학적 분석 시급하다

입력 2018-03-18 18:07
"미국서 확산되는 청년층 전자담배
의학 및 경제학적 시각의 연구로
종합적인 담배 관련 정책 세워야"

이석배 <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경제학 >


현대인의 건강을 해치는 요인 중 피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것이 흡연과 비만이다. 흡연의 경우, 특히 간접흡연이 비흡연자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건강 상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서울 서초구는 2012년 강남대로 일부를 전국 최초로 금연 거리로 지정했다. 이후 금연 구간을 연장해 강남대로 5㎞ 전 구간을 금연구역으로 운영하고 있다. 간접흡연을 줄이기 위한 공공장소 흡연 금지법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도 많이 쓰는 정책수단이다.

공공장소에서의 흡연 금지 효과가 유아와 어린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최근 미국경제조사국(NBER) 연구보고서가 이에 대한 문제를 다뤘다.

보고서 저자들은 ‘미국 국민 건강 인터뷰 조사’에서 출생 및 아동 건강 결과에 대한 자료를 얻었다. 그리고 이 자료를 미국 각 지역 공공장소 흡연 금지에 대한 정보와 결합했다. 직장, 식당, 술집 등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에서 태어난 신생아는 저체중으로 태어날 확률이 3% 더 낮았다.

하지만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교육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산모에 초점을 맞출 경우 신생아가 저체중으로 태어날 확률이 4.2% 더 낮았고,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교육 수준이 낮은 산모는 상대적으로 임신 중 흡연을 더 많이 하고, 담배를 피우는 이웃 옆에 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흡연으로 신생아가 겪는 폐해가 더 클 가능성이 있다.

신생아 건강에 대한 금연법 효과는 주로 산모의 흡연 변화보다는 주변 환경 속 담배 연기에 대한 노출 감소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어린이 건강에 대해 호흡기 알레르기, 천식, 귀 감염, 응급실 방문 등의 감소와 관련이 있음을 확인했다. 이 연구는 흡연 제한으로 유아와 어린이가 건강상 이득을 얻었고, 특히 교육 수준이 낮은 가정에서 효과가 컸다고 판단했다.

교육수준이 낮은 산모와 가정에서 금연법의 효과가 크다면, 과연 교육과 흡연의 관계는 어떨까. 학계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단순한 중등교육의 증가는 흡연자 비율을 줄이지 않았다. 반면 교육 환경이 변해 동류집단이 바뀔 경우 흡연 비율이 줄어들었다. 청소년기에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고 친구들과 같이 행동하므로 그럴 것이다. 청소년기의 흡연 결정 여부가 장기적으로 건강에 영향이 클 수 있으므로 이 시기에 적절한 흡연 교육이 절실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최근 전자담배의 인기가 높다. 미국 자료에 따르면 2006년에서 2015년 사이에 청소년의 흡연율이 13.2%에서 6.1%로 줄어들었다. 반면 2011년 1%에 불과하던 청소년 전자담배 사용비율이 2015년에는 11.3%로 커졌다. 한국에서도 전자담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자담배가 장기적으로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뿐만 아니라,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청소년이 이로 인해 일반 담배를 덜 피우게 되는지, 아니면 니코틴에 노출돼 결국 일반 담배 흡연자가 될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다. 경제학 용어로 전자담배와 일반 담배가 대체재 관계인지 보완재 관계인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만약 전자담배가 건강에 미치는 해악이 상대적으로 적고 일반 담배와 대체재 관계에 있다면 청소년 전자담배 사용 증가가 사회적으로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전자담배가 건강에 일반 담배와 마찬가지로 해롭고 일반 담배와 보완재 관계에 있다면 청소년 전자담배 사용 증가는 미래 사회에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한 의학적인 연구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청소년의 흡연 결정이 친구들 사이에서 영향을 받고, 자신의 선택에 의한 것이란 점을 강조하는 경제학적 접근도 필수불가결하다. 담배 관련 정부 정책에 대한 정부 부처의 종합적인 분석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