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패럴림픽 스노보드 2관왕인 비비안 멘텔 스피(46·네덜란드)의 도전은 한 편의 ‘인간 승리 드라마’다. 그는 끝없이 재발하는 병마를 극복하는 투혼을 발휘해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1990년 초 정강이뼈 부근에 발생한 암 때문에 한동안 선수생활을 접어야 했고,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을 앞두고는 암이 재발해 한쪽 다리를 절단했다. 선수 생활에 미련을 못 버린 그는 ‘장애인올림픽’에 눈을 돌렸고, 2014년 러시아 소치 동계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고난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지난해 7월 또다시 암이 발병했다. 평창 대회를 2개월 앞둔 지난 1월에는 악성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느라 훈련기간이 고작 3주에 불과했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 2관왕에 올랐다.
어제 막을 내린 평창 동계패럴림픽은 장애를 극복하고 세상의 편견에 맞선 사람들이 써내려간 감동 드라마였다. 49개국 567명, 참가 선수 모두가 ‘포기하지 않는 도전’을 일깨워준 주인공이었다.
우크라이나 출신 옥사나 마스터스(29·미국)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선천성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신장은 하나, 심장은 반쪽뿐이지만 크로스컨트리 여자 1.1㎞ 좌식(坐式)에서 금메달의 꿈을 이뤘다.
한국 동계패럴림픽 첫 금메달 수상자인 신의현 선수(38)는 2006년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절단했다. 그는 7개 종목에 나서 63㎞를 질주하는 초인적인 정신력을 발휘했다. 지난 11일에는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15㎞ 좌식에서 동메달을 땄다. 17일에는 크로스컨트리 남자 7.5㎞ 좌식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대한민국 아이스하키팀의 선전은 마치 영화와도 같았다. 이탈리아와의 3, 4위 결정전에서 짜릿한 1-0 승리를 거두고 이 부문에서 사상 첫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국내 등록 장애인은 251만여 명(2016년 보건복지부)에 이른다.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과 차별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서울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주민토론회에서 장애인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은 사건이 대표적이다. ‘평창 패럴림픽 영웅’들도 일상으로 돌아가면 잠시 잊었던 소외감, 보이지 않는 차별, 세상의 무관심과 다시 마주해야 할지도 모른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패럴림픽은 ‘나란히(para)’라는 그리스어 접두사와 올림픽의 합성어”라고 설명한다. 장애인과 비(非)장애인이 함께 하는 ‘열린 사회’를 이뤄나가는 게 ‘패럴림픽 정신’인 것이다. “평창 대회 기간에 보여준 국민의 성원과 격려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는 우리 선수들의 염원이 하루빨리 이뤄지길 기대한다.
김태철 논설위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