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문 닫으면 엄청난 비용… GM에 신차배정 강력히 요구"

입력 2018-03-18 18:00
한국GM의 운명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15만~30만명 일자리 사라져
지역경제에 심대한 타격 불가피

한국GM 협력사 어음할인 중단
정부와 협의해 만기연장 추진

대우건설·KDB생명 향후 2년간
매각 안해… 정상화 후 매물로
한진중공업·현대상선도 예의주시


[ 정지은 기자 ] “한국GM이 문 닫으면 엄청난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생산적인 결론이 나올 수 있도록 최대한 해봐야 합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사진)은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한국 철수를 막는 데 공들이는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이 회장은 “GM이 떠나면 그 자리를 다른 업체가 메울 때까지 들어가야 하는 비용이 만만하지 않다”며 “직간접적으로 15만~30만 명의 일자리가 갑자기 사라지고 지역경제의 타격도 심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역도 구조조정에 힘 보태야

이 회장은 에이미 골드스타인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쓴 《제인스빌(Janesville)》이라는 원서를 들어 보였다. 요즘 틈날 때마다 이 책을 읽는다고 했다. 제인스빌은 미국 위스콘신주에 있는 작은 도시다. 이 책은 1919년부터 이 지역을 먹여살리던 GM 조립공장이 2008년 폐쇄된 이후 수습 과정을 담았다. 당시 GM은 경영난을 이유로 이곳을 떠났고, 제인스빌의 9000개 일자리가 사라졌다.

이 회장은 “답답한 마음에 이 책을 보기 시작했다”며 “그나마 미국은 실업급여나 재취업 프로그램이 상당수 갖춰져 있지만 국내 사정은 그렇지 않아서 (철수 시) 영향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는 “구조조정 문제는 직원뿐 아니라 지역이 총동원돼 풀어나가야 한다”며 “제인스빌은 지역 차원에서 펀드를 모금하는 식의 노력을 했는데, 군산 역시 지역 모금 등 힘을 보태는 게 바람직하지 않으냐”고 덧붙였다. 더 나아가 구조조정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견해도 내놨다.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려면 실업급여 등 사회안전망 틀을 제대로 갖추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당분간 GM 본사와의 협상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 회장은 “GM이 한국 사업을 장기적으로 유지할 것이냐에 대한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주어진 권한에서 최대한 생산적인 결론을 낼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주 중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한국을 다시 방문할 때 신차 배정 등 전향적인 시그널을 내놓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엥글 사장에게 다시 한국을 방문할 때는 한국GM에 대한 신차 배정을 확실히 해달라고 편지를 썼다”며 “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우건설·KDB생명 매각 보류

지난달 호반건설로의 매각 작업이 무산된 대우건설은 당분간 매각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이 회장은 “대우건설과 KDB생명은 앞으로 2년 동안은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각한다고 하니 조직이 흔들리고 영업도 잘 안 돼 결과적으로는 매각 가치까지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며 “두 곳 모두 구조조정 및 경영쇄신을 우선으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0년까지는 구조조정 작업을 통해 정상화를 추진한 뒤 시장에 매물로 내놓겠다는 얘기다. 이 회장은 “그 사이에 누군가 좋은 조건으로 사겠다고 하지 않는 한 정상화에만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매각 무산을 둘러싼 ‘책임론’이 불거지는 데 대해선 “채권단이 계속 움켜쥐고 있는 것보다는 경영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곳에 빨리 매각하는 게 국가경제적으로도 이익이라고 생각했는데 상황이 따라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앞으로도 들여다봐야 할 기업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한진중공업, 현대상선 등도 예의주시할 대상으로 꼽았다. 또 STX조선해양 등 중소 조선사를 넘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 조선사도 살펴볼 방침이다. 일단 조선업은 ‘한고비’를 넘겼지만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회장은 “대우조선은 지난해 격동의 시기를 지나 안정화된 측면이 있다”며 “경쟁력을 많이 잃은 중형조선사에 비해 대형조선사는 아직까지 중국과 비교해도 기술 격차가 당분간 유지될 것 같기는 하다”고 진단했다. 2030년 조선업 호황 사이클이 올 때까지는 견딜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세계적으로 액화천연가스(LNG)선 교체기가 오는 데 따른 수요가 적잖이 발생할 전망이라고도 했다.

다만 어떤 분야의 구조조정이든 정부 차원에서의 ‘밑그림’이 절실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 회장은 “예컨대 대형 3사든 2사든 1사든 어떤 체제로 가는 게 우리 산업 경쟁력에 도움이 될지 정부에서 방안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며 “그 밑그림이 그려지면 그걸 토대로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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