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늘어나는 의료비는 고령사회의 대표적인 고민거리다. 나이가 들면 각종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고 의료비 지출로 이어진다. 이런 의료비 부담은 개인 문제로 끝나지 않으며,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까지 악화시킨다. 고령화가 이미 성숙단계에 접어든 일본을 보면 빠른 속도로 팽창하는 의료비가 국가에 얼마나 큰 부담인지 잘 알 수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의 연간 의료비는 41조3000억엔(약 411조6800억원)으로 우리나라 한 해 국가 예산과 맞먹는다. 현재 우리나라와 고령화 수준이 비슷했던 1990년대 초반 일본의 의료비 지출액은 25조엔이었지만,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넘어가면서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인구는 우리나라의 약 2.4배인데 의료비는 6.2배나 되니 그 규모가 엄청나다.
일본 정부는 갈수록 팽창하는 의료비에 대응하기 위해 고령자들에게 전보다 더 많은 의료비를 부담하게 하고 있다. 노인들에게 의료비를 받지 않던 시절이 무색할 정도다. 1970년대에는 병원에 지급하는 고령환자의 본인부담금이 없었지만 1980년대 들어서 저렴한 정액제로 전환했다가 이후 금액을 인상했다. 2000년대부터는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전환해 처음엔 10%만 부담시키다가 일정 소득 이상 고령자에게는 젊은 층과 동일하게 30%까지 본인부담금을 올렸다.
매달 납부하는 보험료도 과거에는 고령자들이 자녀의 피부양자로 들어가 있어 거의 무료에 가까웠다. 하지만 2008년 이후 75세가 되면 자동으로 후기고령자 의료제도에 가입돼 연금지급액에서 원천징수하는 형태로 보험료를 징수하고 있다. 소득 수준에 따른 경감 조치가 있긴 하지만 고령자에게 강제로 보험료를 징수하는 모습이 파격적이다. 과도한 의료비 지출로 가계가 파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한 본인부담상한제도 단계적으로 축소해 소득이 높은 고령자일수록 본인부담이 커졌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체 의료비 재원의 약 40%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고 있어 의료비 부담이 재정적자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노인의료비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 사례를 교훈삼아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개인도 지금의 고령자 의료지원제도만 믿고 의료비 준비를 소홀히 해선 안 된다. 10~20년 뒤 고령자가 급증하면서 환자 본인부담금과 보험료가 인상되는 상황을 감안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류재광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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