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M&A로 1조위안 '빚더미'
항공기 임대료도 수개월째 체납
해외자산 팔고 연내 10만명 해고
[ 베이징=강동균 기자 ] 무분별한 인수합병(M&A)으로 자금난에 빠진 중국 하이난항공(HNA)그룹이 항공기 연료값도 지급하지 못하는 처지에 몰렸다.
15일 중국 경제전문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중국 민용항공국(CAAC) 관계자는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HNA그룹이 항공기 연료 공급업체에 상당한 액수의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며 “가까운 시일 내에 대금 지급 의무를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HNA그룹이 국유 항공연료 공급업체인 중국항공연료그룹(CNAF)에 지급하지 못한 금액만 30억위안(약 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HNA그룹은 항공기 임차료도 몇 달째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HNA그룹은 상하이증시에 상장된 하이난항공을 비롯해 톈진항공, 럭키에어 등 10개 이상의 항공사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 지방 항공사로 출발한 HNA는 2015년부터 작년 상반기까지 공격적으로 해외 기업을 인수해 사세를 키웠다. 미국 대형 호텔체인 힐튼월드와이드홀딩스와 독일 도이치뱅크 지분을 사들여 최대주주가 되는 등 이 기간 공개된 주요 M&A만 80여 건에 달했다.
M&A 과정에서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고위층과의 유착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 정부의 집중적인 감시망에 올랐다. 금융당국이 자금줄을 조이면서 유동성 위기에 몰렸고, 올 들어 해외에 보유한 자산을 서둘러 매각하고 있다.
자산 매각에도 총 1조위안(약 170조원)에 달하는 부채로 인해 유동성 위기는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다. HNA그룹은 급기야 올해 말까지 전체 고용 인력의 25%에 해당하는 10만 명을 줄이기로 하고 최근 본격적인 직원 해고에 들어갔다. 이는 세계를 통틀어 개별 기업이 단행하는 인력 구조조정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