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높이는 의결권 자문사들… 주총 시즌 '또 하나의 권력' 되나

입력 2018-03-15 19:21
자문사, 포스코·아모레퍼시픽에
"이사회 독립성 훼손 우려"
LG전자·신세계엔 "배당 늘려야"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자문사 시장 확대 포석" 의견도


[ 김우섭 기자 ] 주주총회 시즌이 본격화되면서 상장사의 굵직굵직한 주총 안건에 대한 의결권 자문사의 ‘반대’ 권고가 이어지고 있다.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는 15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에 대해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며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이 회사는 최근 백복인 KT&G 사장의 재선임 안건에도 반대를 권고했다.

다른 의결권 자문사인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최근 포스코ICT, 현대글로비스, KT&G, 아모레퍼시픽 등 4개사가 제출한 사외이사·상근감사 후보자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사회의 독립성을 해치고 주주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아모레퍼시픽이 16일 주총에 앞서 사외이사로 추천한 김진영 연세의료원 세브란스병원 창의센터장(연세대 의과대 특임교수)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사외이사의 독립성 훼손이 염려된다는 이유였다. 김 교수는 연세대 특임교수로 있으면서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9개월간 아모레퍼시픽에 자문용역을 했다.

한국에서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서스틴베스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와 글로벌 1위 자문사인 미국의 ISS 등 다섯 곳의 의결권 자문사가 활동 중이다.

한 대기업 기업설명(IR) 담당자는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으로 자문시장이 커질 것을 예상하고 이를 선점하기 위해 의결권 자문사들이 적극적인 경쟁에 나선 것 같다”며 “기업들에 또 하나의 ‘권력’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기관투자가들은 자문사의 권고를 참고만 하고 최종 결정은 스스로 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으로 자문사 권고에 반해 의결권을 행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자문사 의견과 반대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타당한 사유를 제시하고 이를 문서화해야 한다”며 “이전보다 몇 배의 노력이 드는 만큼 자문사 의견에 반해 의결권을 행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삼성물산 합병 당시 국민연금이 미국계 자문사인 ISS의 반대 권고를 묵살한 게 논란이 되면서 웬만하면 의결권 자문사 의견을 따른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전체 주총 안건에 대한 의결권 자문사의 반대 의견 비율은 줄어드는 추세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를 예로 들면 이날까지 공시한 94개 기업의 주총 안건 399개에 대해 이 회사가 반대 의견을 낸 안건은 18.29%(73개)다.

이 회사가 작년 주총에서 의견을 제시한 1495개 안건 중 반대 비율은 26.48%(396개)였다. 한 의결권 자문사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으로 경계감이 높아진 기업들이 이사나 감사 선임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사례가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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