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프런티어] "과학기기 사업에 항체 기술력 접목… 차별화 된 바이오 솔루션 제공"

입력 2018-03-15 16:10
인터뷰 이덕희 영인프런티어 대표

국내 최고 수준 항체 기술력

면역 반응에 의해 생성되는 물질… 항체 3만5000여종 이상 개발
바이오사업 2년간 年 34% 성장

진단키트까지 사업 확대

'엘라이자 키트' 매출 꾸준히 증가… 의약품 생산·품질관리에 필수
최근 췌장암 진단키트도 개발

목표는 R&D 종합서비스 기업

항체·시약·진단·장비 등 공급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 2015년 매출 200억→350억 껑충


[ 한민수 기자 ] 영인프런티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바이오 사업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인프런티어는 과학기기 판매회사를 넘어 연구개발(R&D)의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 될 겁니다.”

이덕희 영인프런티어 대표는 최근 서울 가산동 본사에서 만나 “회사가 과학기기 판매 사업을 기반으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영인프런티어는 지난해 최대 실적을 거뒀다. 매출은 350억원을 기록해 2015년 200억원을 돌파한 이후 2년만에 3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이 같은 호실적은 바이오 사업의 가파른 성장세가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최근 제약 업계가 바이오의약품에 주목하고 있어 영인프런티어가 보유한 항체 기술력이 부각되고 있다.


3만5000여 종 항체 은행 보유

항체란 사람의 몸 안에 유해물질이 있을 때 면역 반응에 의해 생성되는 물질이다. 하나의 항체는 특정 유해물질(항원)에만 반응해 항원의 활동을 막는다. 많은 바이오의약품이 이 같은 항체의 특성을 이용해 질병을 치료한다. 핵심은 항원에 반응하는 항체를 만드는 것이다.

이 대표는 “영인프런티어는 지금까지 3만5000여 종의 항체를 만들고 개발했다”며 “국내 최고의 항체 개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영인프런티어는 2000년대 초 항체사업을 시작했다. 2008년부터는 인간유전자지도 구축 사업의 후속 국제 프로젝트인 인간단백질지도(HUPO) 사업에 항체를 주도적으로 공급했다. 인간단백질지도 프로젝트는 단백질의 기능을 밝혀 이와 관련된 질병을 극복하고자 하는 목표로 시작됐다. 지난해 1차 사업이 마무리됐다.

이 회사는 인간단백질지도 프로젝트 참여로 기술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고 계약도 이어졌다. 2010년 1월 글로벌 기업과 항체 개발 및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개발 제품에 대한 권리는 양사가 공동 소유하기로 했다. 같은 해 8월에는 삼성전자와 연구용 항체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항체 사업의 성장 속도가 빨라졌다. 이 회사의 항체 사업은 2015년부터 연평균 34%씩 성장해 지난해 약 6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대표는 “올 들어 2월까지 항체 사업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국내는 세 배, 해외는 두 배로 늘었다”며 “바이오의약품 관련 R&D 증가와 함께 영인으로의 주문도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인간단백질지도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한 항체에 대한 주문도 이어지고 있다. 올 들어서만 100여 건의 재제작 의뢰가 있었다.

영인프런티어는 경기 평택에 있는 항체연구센터를 통해 항체를 생산하고 있다. 실험 동물에서 추출한 혈액을 정제해 고객의 요구에 맞는 항체를 생산한다. 6000마리의 실험 동물을 수용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시설이다. 또 연구용 항체 브랜드를 보유한 국내 유일 기업이기도 하다.

시장조사기관 BCC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단백질 의학 관련 시장은 2014년 50억달러(약 5조3300억원)에서 2019년 116억달러(약 12조36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신약 개발 및 진단 분야가 성장을 주도해 2019년 82억달러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진단사업으로 영역 확장

항체 개발 및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바이오 사업의 확대도 이뤄지고 있다. 2010년부터 시작한 HCP(Host Cell Protein) 엘라이자 키트의 매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 개발과 품질 관리에 필수적인 제품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항체는 바이오의약품 연구 단계에서 주로 사용된다면 HCP 엘라이자 키트는 개발 및 생산 과정에 필요하다”며 “생산 단계에서 지속적으로 사용되는 소모품”이라고 설명했다.

항체 의약품은 숙주세포(Host Cell)를 통해 항체를 생산하고, 이 외의 물질은 걸러낸다. HCP 엘라이자 키트는 항체 외의 물질이 얼마나 포함돼 있는지를 분석하는 진단 제품이다. 목적하는 항체만 포함돼 있는 것이 가장 좋기 때문에 HCP 엘라이자 키트를 통해 의약품의 품질을 관리한다. 영인프런티어는 이 제품을 국내 대형 제약사에 공급하고 있다.

항체 및 HCP 엘라이자 키트 기술력은 췌장암 진단키트 개발로 이어졌다. 영인프런티어는 지난해 11월 SK텔레콤으로부터 췌장암 진단법 기술을 도입했다. 이 기술을 사용해 췌장암 진단 엘라이자 키트를 개발했다. 이 회사는 진단키트 개발에 그치지 않고 췌장암 진단 자동화 시스템까지 구축했다.

SK텔레콤 체외진단사업본부가 서울대 및 서울대병원과 개발한 췌장암 진단법은 3개의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를 이용한다. 이를 통해 1개를 이용해 진단했던 기존 방법보다 정확도 및 민감도를 높였다. 이 대표는 “기존 진단법이 췌장암을 3, 4기에 발견했다면 이 기술은 수술이 가능한 1, 2기에 췌장암을 진단할 수 있다”며 “조기 진단을 통해 환자들에게 치료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췌장암 진단키트는 자동화 장비와 함께 서울대병원에서 검증 작업을 하고 있다. 췌장암 환자의 혈액을 통해 수동 진단만큼의 정확도가 나오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이르면 3~4개월 내에 결과가 나오고, 긍정적이면 연내 인허가를 위한 임상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영인프런티어는 항체를 기반으로 한 감염병 질환 신속진단키트도 개발할 계획이다. 항체 기술력이 있는 만큼 시장이 더 큰 진단용 항체 시장에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세계 체외진단 시장은 지난해 약 69조원으로 추정된다.

연구개발 종합 서비스 기업으로

과학기기 판매 사업은 바이오업계의 R&D 및 시장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업계에서 필요로 하고 수요가 늘어날 연구장비에 대한 동향 파악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과학기기와 항체 사업이 상호 연관돼 있는 만큼 이 부분에서 영인프런티어의 차별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췌장암 진단키트도 과학기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제품 개발 이후 자동화 시스템 구축까지 이뤄낼 수 있었다.

이 대표는 서울대 미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보건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83년 계열사인 영인과학에 입사한 이후 분석센터장 연구소장 사업본부장 등을 지내며 연구와 영업을 두루 경험했다. 또 다른 계열사인 영화과학과 랩프런티어 대표를 거쳐 지난해 12월 영인프런티어 대표에 취임했다. 각 회사를 성장시킨 성과를 인정받았다. 지난해 출범한 한국분석과학기기협회 초대 회장을 맡는 등 국내 바이오 및 연구장비업계 발전에도 힘쓰고 있다.

그는 “영인프런티어는 다양한 과학기기를 취급하고 있고, 장비의 활용법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며 “과학기기 사업의 경험과 항체 관련 기술력을 접목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연구용 항체에서부터 시약과 진단,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장비 공급까지 연구에 필요한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국내 바이오벤처와의 전략적 제휴도 늘려나가고 있다. 프로셀테라퓨틱스와는 이 회사의 단백질 발현 및 피부 투과 전달 기술을 이용해 연구용 항체 시약 및 엘라이자 키트를 공동 개발 중이다. 또 펩타이드 기반 신약 개발 및 화장품 사업을 하고 있는 수파드엘릭사에 지분 투자해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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