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지배구조 놓고 김정태·최흥식 작년부터 갈등
[ 박신영/윤희은 기자 ] “감독당국의 수장이 일개 금융회사에 당한 겁니다. 하나금융을 그냥 둬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입니다.”
12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사의를 밝힌 뒤 금감원 관계자가 한 말이다. 금감원은 최 원장의 사퇴가 단순히 채용비리 의혹 때문에 빚어진 게 아니라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과 하나금융의 정치 싸움에서 감독당국이 밀린 결과라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특히 최 원장의 채용비리 연루 의혹 진앙지가 하나금융이라고 지목했다.
최 원장은 지난해 11월 말부터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함께 금융지주 회장들의 ‘셀프연임’ 등 지배구조 문제를 제기했다. 금융지주 회장들이 자신과 친한 사외이사들로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연임을 추진한다는 것이었다. 금융계에선 타깃이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라고 여겼다. 금감원은 올 1월 하나금융에 회추위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나금융 회추위는 김 회장의 3연임을 결정했다.
금감원은 최 원장의 채용비리 연루 의혹이 하나금융의 역공이라 보고 있다. 은행 채용비리 의혹을 검찰에 넘기면서 KEB하나은행을 포함시키자, 하나금융이 최 원장도 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다고 반격에 나섰다는 얘기다.
하나금융은 억울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과거 채용비리 의혹까지 내놓으면서 최 원장을 끌어내릴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하나금융은 최 원장 관련 사항이 하나금융 내부에서 나간 것은 아니라는 게 공식입장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우리가 의도적으로 최 원장의 채용비리 연루 의혹을 흘리면 금감원이 하나금융을 더 압박할 텐데 왜 그러겠느냐”고 반문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들은 “최 원장이 사퇴했으니 앞으로 금감원이 하나금융에 대한 검사와 제재 강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는데 그게 걱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 원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금감원장은 유광열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직무를 대행한다.
박신영/윤희은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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