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지만… 신변위협 등 '미투 2차 가해' 심각

입력 2018-03-12 18:28
수정 2018-03-15 20:52
성폭력 폭로한 김지은·서지현 등 "2차 피해 막아달라" 호소

"범행 자초했다"잇단 모욕·비난
따돌림·루머 등 왜곡 댓글 넘쳐
정부, 2차 피해예방 권고 나서

피해자 발언 중심으로 사건봐야
"가해자 입장 관점에 익숙해져
자신도 모르게 '2차 가해' 많아"
성폭력 피해자 함부로 추측안돼


[ 이현진 기자 ] 문화계에서 시작해 급기야 정치권까지 휘말린 ‘미투’ 돌풍에 비례해 우려했던 2차 피해도 커지고 있다. 미투의 단초를 제공한 서지현 검사, 안희정 충남지사를 고발해 큰 파장을 부른 김지은 비서 등 대부분의 미투 동참자가 심각한 ‘2차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억울할 폭력을 당하고, 감당하기 힘들어 용기를 낸 것인데 사생활이 들춰지고 신변 위협까지 당하는 상황이다. 예상한 것보다 2차 가해의 양상이 광범위하고 조직적이라는 지적이다.


◆신변 위협·따돌림… 2차 가해 심각

김지은 씨는 12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에 보낸 편지를 통해 “저와 제 가족은 특정 세력에 속해 있지 않다”며 “더 이상 악의적인 거짓 이야기가 유포되지 않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폭로 당시 방송 인터뷰에서 ‘내가 없어질 수도 있다’고 말해 충격을 안긴 김씨는 편지에서 다시 신변 위협을 언급했다. “정상적인 생활을 못하고 숨죽여 지내고 있으며, 신변에 대한 보복이 두렵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너무 힘들다”고도 했다. 김씨는 ‘사실 안 전 지사와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거나 가족의 정치 활동 등에 대한 얘기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역공에 시달리는 중이다.

서 검사는 현직 부장검사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로 인해 2차 피해를 봤으니 수사해 달라는 의견서까지 검찰에 냈다. 이외에도 사실관계를 부인하는 일은 속출하고 있고, 불순한 의도를 갖고 있다는 반박이 꼬리를 물고 제기되는 분위기다.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상습적 행동이 아닌 경우는 ‘미투’와 구분해야 한다는 식의 발언으로 논란을 키우고 있다.

◆피해자에겐 인생이 걸린 문제

‘2차 가해’는 피해자가 범행을 자초했다고 모욕하거나 배척하는 행위들이다. 피해자 신상털기, 조직 내 따돌림 등도 해당한다. 밀양 집단성폭행 사건 당시 피해 학생에게 ‘밀양 전체의 명예를 떨어뜨렸다’고 비난하거나, 고려대 의대생 성폭력 사건에서 가해자 부모가 피해 학생에 대해 왜곡된 소문을 퍼트린 것 등이 대표적이다.

성범죄는 특성상 증거가 없고 양측의 주장만 존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사실관계 파악이 쉽지 않다. 우리 사회는 가해자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것에 익숙해져 자신도 모르게 2차 가해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소희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누군가에게는 인생이 걸린 문제”라며 “자신이 지금까지 어떤 관점을 갖고 사건을 바라봤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2차 가해자가 되지 않으려면 의식적으로라도 피해자의 발언을 중심으로 사건을 봐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정수경 변호사는 “성폭력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는 피해자의 증언”이라며 “범죄 특성상 피해자 말이 다소 앞뒤가 맞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을 두고 함부로 추측하는 것은 2차 가해”라고 설명했다.

2차 피해가 가시화되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여성가족부는 이날 검사·경찰 교육과정과 관련해 성폭력 등 수사과정에서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을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성희롱·성범죄대책위원회도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성범죄 피해자들을 2차 피해로부터 보호할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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