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간 정용진… 'PK마켓의 결투' 준비 중

입력 2018-03-12 17:16
수정 2018-03-13 06:20
베벌리힐스 건물 둘러보며 시장 분석하는 사진 올려
이마트 하반기 미국 진출 속도

강남에 피코크 전문점 열고 도곡동 스타슈퍼 변신 추진


[ 류시훈 기자 ]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인스타그램에 지난 주말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쇼핑몰 등에서 찍은 사진 10여 장이 올라왔다. 현지 쇼핑몰의 식품 매장을 둘러보는 사진, 핑크색 안전모를 쓰고 공사가 진행 중인 건물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모습을 찍은 사진 등이다. 정 부회장이 현지인과 대화하고 있는 사진 왼쪽엔 ‘Beverly Hills Rental Space For Lease’라고 쓰인 입간판이 있어 LA 베벌리힐스 지역의 한 쇼핑몰 내부를 둘러보는 모습임을 알 수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지난주 미국을 다녀왔다”며 “이르면 하반기 미국에 출점할 프리미엄 푸드마켓의 후보지를 선정하기 위해 현지 부동산시장을 조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이마트가 미국 프리미엄 푸드마켓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 부회장이 직접 미국 LA 등 서부지역을 찾아 임차할 점포 물색에 나서는 등 출점을 위한 준비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PK마켓’ LA에 첫 출점?

정 부회장이 미국 시장에서 구상 중인 프리미엄 푸드마켓은 백인 중산층을 타깃으로 한다. 이들이 주로 거주하는 베벌리힐스 등 고급 주거타운과 가까운 곳에 출점을 검토하고 있는 이유다. 브랜드는 경기 하남과 고양의 복합쇼핑몰 스타필드에 선보인 ‘PK마켓’을 그대로 가져간다. 프리미엄 식품과 그로서란트(grocerant)로 특화한 PK마켓으로 유통시장의 본토에서 승부하겠다는 게 정 부회장의 생각이다. 그로서란트는 식료품점을 뜻하는 그로서리(grocery)와 레스토랑(restaurant)이 결합한 형태다. 국내에선 스타필드 PK마켓의 ‘라이브 랍스터 바’와 ‘부처스 테이블’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에선 PK마켓을 업그레이드한다는 계획이다. 채소 코너에선 비빔밥바와 주스바를 운영하고, 시푸드 코너에선 랍스터와 회전초밥을 판매할 예정이다. 정육 코너에선 스테이크와 철판구이 등을 요리해 내놓는다.

◆피코크 전문점도 낸다

정 부회장은 미국 진출뿐 아니라 국내 사업에서도 ‘식품’에 꽂혀 있다. 그는 미국에 앞서 호주 일본 프랑스 등으로 잇따라 출장을 다녀왔다. 일정과 방문지가 대부분 식품 및 식품 관련 사업장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마트 식품사업의 가장 큰 ‘무기’는 자체브랜드(PB)인 ‘피코크’다. 정 부회장은 점심 약속이 없을 때는 서울 성수동 이마트 본사에 있는 피코크 비밀연구소에서 새로 나온 제품들로 점심을 해결할 때가 많다. 그만큼 피코크에 애착이 크다.

이마트는 상반기 서울 강남지역에 피코크 전문점도 연다. 이를 위해 현재 900개 정도인 피코크 상품 수를 12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피코크 전문점에서는 피코크를 비롯해 신세계푸드가 생산하는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올반’, 한 우유업체의 우유 치즈 계란 등의 상품도 함께 판매한다. 정 부회장이 최근 매일유업 상하목장 브랜드로 나온 반숙계란 상품을 인스타그램에 소개해 두 회사 간 협력이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피코크는 이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 때문에 피코크 전문점 출점 지역은 이마트 점포가 거의 없는 서울 강남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국내 최고급 슈퍼마켓으로 불리는 도곡동 스타슈퍼도 확 달라진다. 정 부회장은 호주 출장에선 스타슈퍼의 내부 디자인을 담당할 현지 업체 관계자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슈퍼마켓과 레스토랑을 완벽하게 통합해 ‘국내엔 없는 프리미엄 그로서란트’를 선보일 계획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 도곡동 스타슈퍼를 SSG푸드마켓으로 재단장한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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