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 제놉시 대표
연말께 신의료기술 허가 신청
암 유전자 돌연변이 많은 폐암이 첫 타깃
자궁암 전립샘암 등으로 확대 계획
진단 혈액량-분석시간, 경쟁사의 4분의 1
"획기적인 액체생검 기술로 암 진단 시장을 이끌 자신 있습니다."
조영남 제놉시 대표(44·사진)는 "암 진단을 빠르고 저렴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왔다"며 "효율적인 액체생검 방법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암 진단 분야를 오랫동안 연구한 학자이기도 하다. 현재 국립암센터 생체표지연구과 선임연구원 및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의생명과학과 겸임부교수다.
액체생검은 혈액, 소변, 침, 척수액 등 체액을 시료로 삼아 암을 진단하는 기술이다. 액채생검의 경쟁력은 혈액 안을 돌아다니는 극소량의 암 유전자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포착하는 것이 관건이다. 조 대표는 "혈액 속 암 유전자는 반감기가 2시간밖에 안 돼 암의 현재 상태를 정확히 알려줄 수 있으나 양이 매우 적어 고감도의 기술로 빨리 찾아내야 한다"고 했다.
제놉시는 혈액에서 암 유전자를 구분해 농축하는 기술과 암 유전자 돌연변이를 확인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조 대표가 특허를 받은 '맥와이어'는 자성을 띠는 나노 와이어다. 혈액에 맥와이어를 넣으면 여러 불순물과 섞인 채 퍼져 있는 암 유전자를 따로 분리할 수 있다. 조 대표는 "전도성 폴리머 재질의 맥와이어는 +극이고 암 유전자는 -극이어서 암 유전자가 맥와이어에 달라붙는다"고 설명했다.
분리된 암 유전자를 농축한 뒤 시약을 넣으면 암 유전자의 돌연변이 유형에 따라 시료의 색깔이 변한다. 조 대표는 "기존 중합효소연쇄반응(PCR) 기반 진단법이 파악하지 못하는 암 유전자도 찾아낼 수 있을 만큼 민감도가 탁월하다"고 했다. PCR은 특정 유전자를 증폭해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기술이다. 그는 "시료를 분석할 때 자체 개발한 시약을 활용해 PCR의 한계를 극복했다"고 강조했다.
제놉시의 암 진단에 필요한 혈액량은 1ml로 로슈나 파나진의 기술보다 4ml가량 적다. 그는 "암 환자의 혈액을 채취하는 것은 굉장히 힘들어 거의 쥐어짜다시피 해야 한다"며 "매우 중요한 장점"이라고 했다. 분석시간도 90분으로 두 회사의 4분의 1 수준이다. 가격도 시약을 이용하기 때문에 PCR 기반 검사보다 저렴하다.
조 대표는 "우리 기술은 조기진단과 동반진단에 유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감도가 좋은 액체생검은 혈액을 뽑아 간편하게 암에 걸렸는지 알 수 있어 침습적으로 이뤄지는 조직생검에 비해 조기진단에 유리하다. 그는 "실험 결과 의료영상이나 PCR 기반 검사로 발견하지 못했던 암을 잡아낼 정도로 성능이 좋았다"고 말했다.
동반진단은 환자의 암 유전자 유형을 파악해 여기 맞는 항암제를 사용하는 치료법이다. 조직생검으로 발견한 암 유전자 유형은 A인데 액체생검으로는 A뿐만 아니라 B도 찾아낼 수 있다. A와 B에 대한 치료를 병행하면 암의 전이나 재발을 효과적으로 방지하는 게 가능하다. 그는 "조직생검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은 부정확하거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의사가 암의 진행 정도를 수시로 면밀히 관찰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제놉시는 올해 임상논문을 한 편 더 제출한 뒤 연말께 신의료기술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조 대표는 "암 유전자 돌연변이가 많이 발생하는 폐암을 첫 목표로 삼고 방광암, 전립샘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으로 범위를 넓힐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정밀한 분석 서비스를 병원에 제공해 시장에 진입한 후 진단 키트를 만들어 병원에 납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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