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각색 반찬들이 차려진 밥상 앞에 앉으면 무엇부터 먹어야 할지 고민하게 되기 마련이다. 맛있는 반찬부터 많이 먹고 본격적인 식사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맛있는 음식은 아껴두었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먹는 사람들도 있다. 경제학을 ‘선택의 학문’으로 정의 내린다면, 이런 단순한 선택도 우리 일상 속 경제 활동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다. 다음 두 가지 상황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해보자.
A양과 B군은 급식실에서 똑같은 양의 반찬들과 밥, 국을 받았다. 두 사람은 비슷하게 배가 고픈 상태였고, 먹을 수 있는 양 또한 비슷하며, 취향도 유사해서 고기반찬을 가장 선호하고 나물반찬을 가장 싫어한다.
첫 번째로 수저를 든 A양은 다른 반찬들부터 먹어치우기 시작한다. 밥을 다 먹어갈 때쯤 고기반찬을 한꺼번에 즐기기 시작한다. 한마디로, 나중을 위해 좋아하는 음식을 아껴 먹는다. A양은 당장 얻을 수 있는 만족감을 가까운 미래로 유보함으로써 결국 조화로운 식사를 통해 최대의 효용을 얻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B군은 다르다. 그는 고기반찬부터 먹어치우기 시작한다. 나중에 좋아하는 음식은 다 사라지고 나물 반찬과 밥만 남아 남기게 되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B군과 같은 선택을 하는 이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가장 배고픈 순간, 그러니까 한 개 더 먹을 때 늘어나는 효용인 한계 효용이 가능한 한 큰 순간에 고기반찬을 먹었으니 나는 최대의 효용을 얻은 것이다. 이와 같은 주장은 YOLO 문화를 연상시킨다. YOLO는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현재의 욕구를 억제하거나 현재의 소비를 유보하지 않고, 자기가 당장 원하는 바를 지향하기 위한 주체적 소비 생활을 영위하고자 하는 현상이다.
행동 경제학에서 말하는 ‘쌍곡형 할인’이라는 개념이 지금까지 말한 ‘당장 먹어치우기’와 ‘YOLO 문화’를 설명해 줄 수 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10만원을 1년 뒤의 10만원보다 높게 평가한다. 물론 이러한 심리를 유발한 것은 오랫동안 침체된 경기와 커져만 가는 불확실성 탓일 수도 있다. 어찌됐든 이들의 선택은 주류 경제학이 말하는 ‘개인적 차원에서의 저축의 미학’과는 동떨어진 선택이다. 하지만 어떤 선택이 더 옳은가에 대한 가치판단을 할 수는 없다. 단지 ‘지금’을 가장 중요시하는 이들의 삶의 철학을 이해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이 필요할 뿐이다.
이민경 생글기자(청심국제고 2년) joan815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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