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등판' 호주, 미국 철강 관세 피했는데… 한국은?

입력 2018-03-11 19:46
수정 2018-03-12 06:09
미국·호주 정상 통화한 뒤 다음날 관세 면제 결정
캐나다·멕시코 이어 세 번째

23일 전 협상 마쳐야 '제재 예외' 포함 가능

통상라인만으론 역부족
청와대 등 적극대응 시급


[ 이태훈 기자 ]
미국이 수입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대상에서 호주를 제외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맬컴 턴불 호주 총리와 통화한 직후 이뤄진 조치다. 호주는 캐나다 멕시코에 이어 세 번째로 ‘관세폭탄’을 피하게 됐다.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부 장관은 “향후 2주간 다른 관세 부과 면제국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추가 예외’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각국 정상이 관세 면제를 위해 뛰고 있다”며 “한국도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에게만 맡기지 말고 청와대와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총리가 나서 설득한 호주

트럼프 대통령과 턴불 총리 간 통화는 미국이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지난 8일 이뤄졌다. 두 정상은 다음날 트위터에 호주가 관세 부과 면제 대상이 됐다는 내용을 각각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호주의 턴불 총리와 통화했다. 그는 아주 공정하고 호혜적인 군사·무역 관계를 약속했다”며 “안보협정을 매우 신속하게 추진하고 있어 우리의 동맹국이자 위대한 국가인 호주에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를 부과할 필요가 없게 됐다”고 썼다.

지금까지 미국이 철강·알루미늄 관세 면제 대상이라고 발표한 국가는 캐나다 멕시코 호주 세 곳이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재협상하고 있기 때문에 30일간 일시 면제해준 것이다. 미국이 관세를 완전히 면제해준 곳은 호주가 사실상 처음이다.

김현종 의존도 큰 한국

미국의 수입 철강 등에 대한 추가 관세는 오는 23일부터 부과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한 8일을 기준으로 15일간 말미를 준 것인데 호주 다음으로 어떤 나라가 혜택을 볼지가 관심이다.

유럽연합(EU)과 일본은 1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미국과 3자·양자 통상장관회의를 열고 관세 면제 문제를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EU와 일본은 ‘예외 인정’을 요구했지만 미국은 명확한 뜻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번주에도 논의를 계속한다.

한국도 예외 조치를 인정받기 위해 미국 측을 설득하고 있지만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김 본부장 의존도가 크다. 김 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전 미국을 방문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을 만나 ‘추가 관세가 부당하다’고 설득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에야 므누신 장관에게 ‘한국산 철강을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해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8일에는 백악관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원 사격을 했다. 정 실장은 대북특사단의 방북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철강 관세 부과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했고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적극적으로 챙겨보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정부에선 무역정책 관련 회의에 국방부 장관이 참석한다.

하지만 미국 정부 내에서 안보라인과 경제라인의 의견이 달라 결과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안보라인은 ‘미군이 주둔하는 한국은 관세를 면제해야 한다’는 의견이지만 경제라인은 이에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산 철강이 미국 수입시장에서 3위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의 수출 물량이 많은 데다 한국은 중국산 철강 수입이 가장 많고 이 중 상당수가 ‘환적’ 형태로 미국에 재수출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이 관세 예외를 받으려면 정상 외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 통상압박에 특정 부처만 주축이 돼 대응하는 건 한계가 있다”며 “청와대 결정권자가 통상 관련 정책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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