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인수하려던 브로드컴, 오히려 인텔에 인수 당하나

입력 2018-03-11 19:18
수정 2018-03-12 05:47
브로드컴-퀄컴 M&A 성공땐
'반도체 강자' 인텔에 위협
WSJ "인텔, 예의주시하고 있다"


[ 이설 기자 ] 삼성전자와 반도체업계 1, 2위를 다투는 인텔이 싱가포르계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브로드컴이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선 데 대한 대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9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인텔이 브로드컴 인수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인텔이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M&A 성공으로 위협적인 경쟁자가 나타날 것을 우려해 브로드컴의 시도가 실패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또 “브로드컴이 퀄컴 인수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지면 인텔이 브로드컴에 인수 제안을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인텔은 지난해 말부터 이런 방안을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시가총액이 2440억달러(약 261조원)에 이르는 인텔이 시총 1040억달러의 브로드컴을 인수하면 반도체업계 최대이자 인텔 창사 이래 최대 규모 M&A가 된다. 하지만 WSJ는 “인텔이 브로드컴과 합병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며 “좀 더 규모가 작은 인수 거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인텔과 퀄컴은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두 회사는 특히 애플의 무선통신장비에 들어갈 통신칩 공급을 놓고 각축을 벌여왔다. 애플은 퀄컴과 특허료 관련 소송전에 들어간 뒤 애플의 일부 기기에 사용하던 퀄컴 칩을 인텔 칩으로 전환했다. 지난 1월에는 유럽연합(EU) 반독점당국이 퀄컴에 “2011~2016년 애플을 비롯한 고객들이 인텔 등 경쟁 업체와 거래하는 것을 막고 자사 통신칩만 구입하도록 강요했다”며 9억9700만유로(약 1조3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이설 기자 solidarit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