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공항철도 타고 당일치기로 떠나봄… 정동진부터 동해·삼척까지 달려봄

입력 2018-03-11 16:03
봄맞이 기차여행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3월은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다. 자동차를 타고 여행지로 떠나도 좋지만 기차를 타고 떠난다면 더 낭만적인 여행길이 될 것이다. 한국관광공사는 봄날 열차 타고 떠나면 좋은 여행지 7선을 소개했다. 무의도나 장봉도처럼 인천공항 철도를 타고 가면 좋은 여행지도 있고,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달리는 바다열차도 있다. 특별한 봄 여행을 원한다면 이번 주말 기차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공항철도로 한나절 섬 여행, 인천 무의도와 장봉도

긴 겨울 끝에 불어오는 봄바람이 황홀하다. 도심에서 봄이 오는 산과 바다를 가장 빨리 만나는 방법은 공항철도다. 기차를 타고 떠나는 인천 무의도와 장봉도 여행은 철길, 뱃길, 산길, 해안길을 한나절에 모두 만날 수 있어 짧은 봄날에 제격이다. 서울역에서 인천공항 1터미널역까지 43분이면 도착하는 직통열차는 잠시나마 기차 여행의 휴식과 즐거움을 만끽하는 방법이다. 인천공항에서 버스로 선착장으로 가면 무의도와 장봉도행 배를 탈 수 있다. 두 섬으로 가는 한나절 여행은 하늘과 바다 사이 푸른 산자락을 걸어도 상쾌하고, 기암괴석이 주변으로 펼쳐진 광활한 해변을 걸어도 좋다. 영종도 예단포항은 방파제에서 낚시를 즐기는 작고 아름다운 포구다. 바다를 바라보며 자연산 회를 맛보는 회센터가 즐비하다. 차이나타운 옆 개항장거리는 개항장 126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곳이다. 차분하고 고풍스럽게 이어지는 옛 거리를 걷다 보면 역사와 문화, 추억의 향기에 마음이 잦아든다.


자연을 상영하는 바다열차 & 정선아리랑열차

기차 여행은 걸어서 혹은 자동차로 보지 못할 비경을 즐길 수 있어 매력적이다. 네모난 창문이 영화관 스크린처럼 아름다운 자연을 상영한다. 비슷한 경치에 지루할 때면 터널을 지나고, 해변을 스치고, 협곡을 통과하고, 간이역에 정차한다. 운전하느라 고생할 일 없이 사랑하는 이와 어깨를 맞대고 앉아 같은 곳을 바라보는 기차 여행은 가족이나 친구, 연인이 공감하기 좋다. 정동진에서 출발해 동해, 삼척까지 이어지는 바다열차는 푸른 바다가 온몸을 물들인다. 뾰족한 산봉우리 사이를 구불구불 달리는 정선아리랑열차는 산골의 고즈넉한 정취에 빠져든다. 바다 열차 여행과 함께 강릉 원도심인 명주동 골목을 산책하고, 경포 아쿠아리움에서 바다 생물을 만나보자. 정선아리랑열차에서 내려 5일장의 활기가 넘치는 정선아리랑시장과 아리랑에 대한 모든 것을 전시한 아리랑박물관을 차례로 둘러보면 알찬 여행이 완성된다.


대전지하철 여행 하루 완벽코스

대전 하루 여행 계획에 대전도시철도 노선도를 손에 쥐었다면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대전·충청 지역의 유일한 지하철인 대전도시철도는 1호선 판암역에서 반석역까지 총 20.5㎞, 22개 역이 대전 도심을 가로지른다. 벽화거리 새마을동네가 있는 현충원역, 도보 5분 거리에 무료 족욕체험장이 있는 유성온천역, 대전예술의전당과 대전시립미술관, 이응노미술관, 한밭수목원이 모인 정부청사역 등 대전 여행의 핵심 명소에 지하철이 지나간다. 지하에도 볼거리가 넘친다. 대전역에서 중앙로역, 중구청역을 잇는 1.1㎞ 구간은 34개 출구로 뻗어나가며 원도심의 볼거리를 책임진다. 대전중앙시장, 으능정이문화의거리, 대전스카이로드, 성심당, 대전 충청남도청 옛 본관(등록문화재 18호)으로 향하는 중앙로지하상가 출구를 외워두면 하루 여행 코스가 완벽해진다.


핫플레이스부터 문화예술 투어까지!

광주광역시는 서울에서 광주까지 KTX로 두 시간 이내인 데다 도심 주요 명소가 지하철로 연결돼 차 없이 여행하기 편하다. KTX 광주송정역에 내리면 지하철 광주송정역이 지척이다. 인근에 광주의 핫플레이스 가운데 하나인 1913송정역시장이 있다. 문화 예술에 관심이 있다면 국내에서 유일하게 상영관이 하나인 광주극장과 아시아 복합 문화예술 공간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을 추천한다. 금남로4가역은 광주극장과 가깝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문화전당역에서 바로 통한다. 광주 여행 명소 양림동역사문화마을에 가려면 남광주역을 이용한다. 양림동은 100여 년 전 세워진 근대건축물과 전통 한옥이 어우러진 멋스러운 동네다. 작은 미술관과 양림동의 숨은 재미인 펭귄마을도 잊지 말고 들러보자. 김대중컨벤션센터역은 독특하게 인권 테마 역사로 꾸며졌으며, 김대중컨벤션센터 맞은편에 5·18민주화운동을 체험하는 5·18자유공원이 자리한다.

바다를 빨리 만나는 동해선

동해선은 부전에서 일광까지 운행하는 복선전철로, 복잡한 부산 도심을 거쳐 37분이면 일광역에 도착한다. 일광해수욕장, 대변항, 죽성리 일원 등 푸른 바다를 쉽고 편리하게 만날 수 있는 것이 동해선의 매력이다. 일광역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일광해수욕장이고, 기장역에서 버스를 타면 죽성드림성당과 대변항에 닿는다. 죽성드림성당은 드라마 촬영지로 바다와 어우러진 풍광이 아름답다. 주변에는 임진왜란 때 왜군이 쌓은 기장죽성리왜성과 수령 300년 정도 된 기장죽성리해송이 있다. 대변항은 월드컵기념등대부터 죽도까지 바다 향이 진하다. 오시리아역에서 가까운 국립부산과학관은 과학 체험을 통해 배우고, 벡스코역 인근에 있는 수영사적공원은 역사를 만나는 공간이다. 바다 여행이 조금 아쉽다면 송도해상케이블카를 타보자. 높이 86m에서 바다 위를 가로질러 짜릿하다. 황령산은 사방으로 시야가 트여 ‘바다의 고장’ 부산의 풍광을 담기 좋다.

푸른 바다 따라 달리는 기차여행

경북 영덕이 가까워졌다. 지난 1월26일 포항과 영덕을 오가는 동해선이 개통한 덕분이다. 포항에서 영덕까지 34분이면 닿는다. 새로 생긴 네 개 역은 각기 다른 매력이 있다. 역에서 5분쯤 걸어가면 넘실거리는 파도를 만나는 월포역, 상륙작전이 펼쳐진 역사의 현장 장사역, 살이 꽉 찬 대게가 손짓하는 강구역, 이국적인 풍광이 멋진 영덕풍력발전단지와 가슴 시원해지는 죽도산전망대, 기와지붕과 흙담이 정겨운 괴시마을로 이어주는 영덕역까지 설렘 가득한 바다 역이 여행자를 기다린다. 분홍색 복사꽃과 귀여운 대게 그림으로 알록달록 꾸며진 기차도 흥을 더한다. 오는 22일부터 25일까지 강구항 일원에서는 영덕대게축제가 열린다. 코끝을 간지럽히는 봄바람을 느끼며 대게와 바다를 만나러 동해선에 올라보자.

특별한 DMZ 열차 도라산 안보관광

지구촌 유일한 분단국가라서 가능한 여행이 있다. 평화열차 DMZ(DMZ-train)를 타고 비무장지대(DMZ)에 다녀오는 도라산 안보 관광이다. 군사분계선에서 남과 북으로 2㎞, 총 4㎞ 폭으로 설정된 DMZ는 본래 민간인이 출입할 수 없는 지역이다. 신분증 지참이 필수로, 외국인은 여권을 준비해야 한다. 투어는 수~일요일 오전 10시8분 서울 용산역에서 출발해 민간인통제구역과 DMZ를 둘러보고, 오후 5시54분 용산역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서울에서 불과 두 시간 만에 북녘땅을 코앞에서 마주하는 것은 내·외국인에게 모두 특별한 경험이다.

투어를 마치고 돌아오면 도심에 어둠이 깔리는 시각이다. 이때 서울로 가면 낭만적인 야경을 즐길 수 있다. 1970년 지어진 서울역고가도로가 2017년 휴식 공간과 편의 시설을 갖춘 보행로로 다시 태어났다. 다채로운 먹거리가 있는 남대문시장, 용산 전쟁기념관과 국립중앙박물관도 인기 코스다. 모두 지하철역과 가까워 찾아가기 쉽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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