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네이버 FARM] 키스미(米)로 청춘들 입 맞춘 한국 '유기농업 대부'의 딸… 전국 청년농부 불러모으다

입력 2018-03-08 19:19
수정 2018-03-09 05:16
청년농업인연합회 초대 회장
강선아 우리원농장 대표


[ 고은이 기자 ]
“직접 논에 나가서 땅을 일궈야만 농부인가요. 작년엔 논에 채 열 번도 안 가본 것 같네요. 혹시 원래 생각한 농부의 이미지가 있다면 전 어때 보이나요.”

강선아 우리원농장 대표(34·사진)는 전남 보성군 벌교읍의 쌀 농부다. 아버지인 고(故) 강대인 명인은 한국에서 쌀 유기인증을 처음 획득한 ‘유기농 쌀의 대부’로 불린다. 어머니 전양순 명인 역시 효소액을 개발해 온갖 상을 휩쓴 여성 농업인의 롤모델이다. 이들의 장녀인 강 대표는 농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데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2010년부터 우리원농장을 경영하고 있는 그는 지난해 8월 출범한 청년농업인연합회(청연) 초대 회장을 맡아 이 도전에 나서고 있다. 청연은 전국 140여 명의 청년 농업인이 자발적으로 모여 설립한 단체다. 그는 왜 청년 농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에 뛰어들었을까. 강 대표에게서 농업과 청년의 미래에 대해 얘기를 들었다.

▷청연 출범을 주도했다고 들었습니다.

“이 지역에 (젊은 농부가) 저 혼자인 줄 알았어요. 7년 가까이를 그랬죠. 알고 보니 근처에 농사짓고 있는 친구가 많은 걸 알았습니다. 뒤늦게 그 친구들과 소통하면서 참 많이 배웠어요. 이 모임을 전국 단위로 키워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청연은 ‘청년 농업인이 만드는 지속가능한 농산어촌’이란 비전을 세우고 활동하고 있다. 추진위원장이던 강 대표가 초대 회장을, 강영수 희망토농장 대표(경북)가 부회장을 맡았다. 토크콘서트와 청년농부교실, 농부시장 등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

▷어떤 시너지가 나옵니까.

“회원 모두가 직접 농사를 짓는 건 아닙니다. 농업이란 키워드로 묶여 있긴 하지만요. 농업 관련 코디네이터도 있고 디자이너도 있습니다. 다양한 청년을 만나면서 시야가 넓어지는 것 같습니다.”

강 대표는 2010년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갑자기 농장 경영을 맡게 됐다. 그 전까지 그에게 농사는 그저 부모님의 일이었다. 농업은 어렵기만 했다.

▷스트레스가 상당했겠습니다.

“아버지의 자리를 대신하려고 애썼지만 잘 안 됐죠. 한참을 힘겨워하다 알았습니다. 나는 아버지와 다르다. 나는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걸 찾자. 꼭 직접 땅을 일궈야 농부만은 아니다.”

▷잘할 수 있는 일은 찾았습니까.

“2011년에 125g짜리 소포장한 쌀 ‘키스미(Kiss米)’를 출시했어요. 어머니는 ‘쌀 이름 갖고 장난치는 것 아니다’고 한마디 하셨지만 트렌드는 바뀌잖아요. 이렇게 달라진 소비세대에 맞춘 상품 기획은 제가 오히려 잘할 수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저는 농업도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그는 농업과 농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지길 바라고 있다. “청년들이 겁내지 않고 농촌으로 왔으면 좋겠습니다. 농사일이 농촌 사회의 전부는 아니거든요.”

▷그건 무슨 뜻입니까.

“농업은 모든 직업군에 접목할 수 있어요. 디자이너도 필요하고 마케터도 필요합니다. 농업회사법인은 늘 인력난에 시달립니다. 마음만 먹는다면 문은 열려 있어요.”

▷청년들의 농업 분야 진출이 늘었습니까.

“예. 특히 스마트 시설 농업 쪽에 몰리고 있어요. 작물로는 시설작물, 고소득작물에 쏠리고요. 소포장 유통과 직거래 플랫폼에도 청년들의 관심이 많습니다. 다만 걱정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제대로 모르고 그저 뜬다는 소리에 오는 사람들이에요.”

▷뭐가 우려됩니까.

“시설 농업은 초기자본이 많이 들어요. 자칫 큰돈을 빌려 시작했다간 농사가 빚을 갚는 일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강 대표는 농업이 청년들이 시작할 가치가 충분한 매력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보성=FARM 고은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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