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북한 비핵화 대화는 새롭지 않은 전술 변경"

입력 2018-03-08 18:30
수정 2018-06-06 00:00
"한·미 동맹 이간질 의도 드러내
핵 폐기 9·19성명 재확인해야"


[ 박수진 기자 ]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됐다가 중도낙마한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사진)가 7일(현지시간) 북한의 ‘북·미 비핵화 대화’ 용의에 대해 “전혀 새로울 게 없다”고 일축했다.

차 석좌는 이날 리사 콜린스 연구원과 함께 작성한 CSIS 소식지 기고문을 통해 “(방북 특사단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간) 이번 회담으로 대북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라고 자문한 뒤 “아직은 아니다”고 결론지었다.

그는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북한의 자세가 위기상황을 피하기 위한 일보 전진으로 보이지만 북한이 말한 ‘한반도 비핵화’ 의지는 그들의 기존 입장에 비해 전혀 새로울 게 없다”며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력을 약화시키고 한·미 동맹 관계를 이간질하려는 의도를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이어 “북한의 외교적 접근법은 핵무기 개발과 경제발전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병진 전략’의 맥락을 통해 이해해야 한다”며 “평양이 보여준 자세는 (목표를 바꾸는) ‘전략적 변화’가 아니라 핵무기로 경제적 이득을 얻어내려는 ‘전술적 변경’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 석좌는 한·미 동맹 간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남북 대화는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와 나란히 진행될 것이라고 발표하고도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겠다는 미국 측 이해가 없는 상황에서 4월에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겠다고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차 석좌는 2005년 9·19 공동성명의 유용성도 언급했다. “앞으로 모든 협상에서 2005년 북핵 6자회담 공동성명의 원칙을 재확인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권고했다.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핵계획 폐기에 서면으로 동의한 유일한 문서이며, 미국도 핵무기나 재래식 무기로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가장 최근 문서라는 이유에서다.

차 석좌는 지난해 말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된 뒤 한국 정부로부터 아그레망(대사·공사 파견에 대한 주재국의 승인)까지 얻었으나 중도낙마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