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대한 편견·폭력·내면의 진실… 차세대 당찬 안무가 3인3색

입력 2018-03-08 18:22
평창 달군 LDP 무용단, 23~25일 공연… 어떤 작품 나오나

안무가 겸 무용가 임샛별
여성댄서로 구성된 '소녀' 올려

댄싱머신 김성현 '이념의 무게'
다양한 폭력 몸짓으로 풀어내

'거울 앞 인간' 올리는 이정민
숨겨진 인간의 본질 보여줘


[ 마지혜 기자 ]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출신 현대무용인들은 2001년 ‘LDP 무용단’을 창단했다. LDP는 ‘춤 실험실(Laboratory Dance Project)’이라는 이름처럼 실험적인 도전을 이어오며 LDP만의 스타일을 구축했다. 거친 육체적 이미지, 다양한 음악, 실험적인 무대미술과 소품을 활용한 움직임의 확장, 텍스트를 활용한 퍼포먼스 등이 LDP만의 색깔을 구성했다. 이들은 지난달 25일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미디어아트와 현대무용을 결합한 컨템포러리 미디어아트 ‘새로운 시간의 축’을 선보이며 그간 쌓은 역량을 세계인들에게 과시했다.

김동규 LDP 대표가 조감독을, 김성훈 LDP 단원이 조안무를, LDP 출신인 차진엽 안무가가 안무감독을 맡아 4분여간 이어진 이 공연은 ‘폐회식의 꽃’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LDP무용단이 오는 23~25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LDP 제18회 정기공연’을 연다. LDP가 창단된 2001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무용단 소속 안무가들이 500석 이상 극장 규모로 신작을 올려온 무대다. 요즘 현대무용계를 대표하는 안무가로 꼽히는 신창호 차진엽 김영진 이용우 김판선 등이 이 무대를 거쳐 갔다.

올해 공연에선 임샛별의 ‘소녀’, 김성현의 ‘이념의 무게’, 이정민의 ‘거울 앞 인간’ 세 작품을 선보인다. 예년과 달리 해외 안무가 없이 LDP 정단원인 국내 안무가들의 작품으로만 꾸렸다. 김 대표는 “세 안무가는 창단 20년 역사를 앞두고 있는 LDP의 혁명적인 세대교체를 이뤄낼 것”이라고 했다.

임샛별의 ‘소녀’는 여성 댄서(8명)로만 구성한 작품이다. LDP가 이런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건 2001년 LDP 창단공연을 장식한 독일 안무가 크리스티나가 4명의 여성 댄서로 공연한 작품 ‘Potato’ 이후 처음이다. 임샛별은 “자신만의 기량과 스타일을 갖추고 있지만 드러내보일 기회가 적었던 여성 무용수들이 실력을 마음껏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동시대 사회적 이슈를 감각적으로 불러오는 임샛별은 안무 데뷔작 ‘HELLO’로 2016년 스페인 마스단자 안무경연대회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소녀’는 몸에 대한 사회 편견과 인간 본연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다루는 작품이다. 임샛별은 “미의 기준을 길들이는 사회, 아름다움에 대한 로망을 키우는 여성들, 비난받는 여성의 신체, 이로 인한 상처 등을 그린다”며 “몸과 아름다움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체화하기 이전에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바라보던 소녀 시절 내면의 아름다움을 들여다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념의 무게’를 안무한 김성현은 2013년 그리스 헬라스국제무용경연대회 1등을 거머쥐고 병역특례까지 받은 ‘댄싱 머신’이다. 그는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공부하면서 과거 히틀러가 행한 다양한 폭력을 접하고 현대에 이런 폭력들이 더욱 세련된 형태로 지속되고 있음을 발견했다”며 “이 작품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인간이 만들어낸 다양한 폭력적 상황과 그에 따른 심리적 압박을 다룬다”고 설명했다. 움직임과 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이 같은 이야기를 상징과 의미, 이미지로 드러낼 예정이다.

이정민은 ‘우리는 거울 앞에 서면 거울에 비친 겉모습에 주목하기 때문에 우리 안의 숨겨진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서 출발해 ‘거울 앞 인간’을 만들었다. 본질을 놓치고 존재를 잃어가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김 대표는 이정민에 대해 “난해하고 실험적인 작품을 주로 올리지만 표현 방법 전개와 작품에 접근하는 방법이 독특해 눈여겨봐야 할 안무가”라며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안무가들과 달리 굉장히 객관적이고, 영상과 음악도 직접 제작하는 안무가로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무대를 선보일 것”이라고 소개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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