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분양권 거래… 6월 이후 '숨통' 트이나

입력 2018-03-08 17:28
2월 거래 57개월 만에 최저
1월부터 양도세율 50% 중과세

6월부터 6개 단지 물량 풀려
매수문의 늘지만 매도 '눈치보기'


[ 김형규/이소은 기자 ] 지난달 서울 아파트 분양권 거래 건수가 약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강남구 분양권 거래량은 단 1건에 그쳤다. 올초부터 분양권 양도소득세율이 50%로 일괄 상향조정된 영향이란 분석이 나온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양도세 중과를 회피하기 위한 매물은 이미 작년에 거의 다 팔렸다”며 “추가 상승을 기대하는 분양권 소유자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어 거래 위축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분양권 거래는 130건에 그쳤다. 2013년 6월(90건) 후 4년9개월 만에 최저치다. 전년 동월(430건)에 비해 70% 감소했다. 아파트 매매 거래가 지속적으로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달 아파트 매매 거래량(1만1248건)은 지난해 8월(1만4681건) 후로 가장 높았다.

강남구 분양권은 지난달 딱 한 건만 거래됐다. 지난해 12월엔 41건 거래될 정도로 손바뀜이 잦았다. 송파구 분양권 거래량은 18건에 그쳤다. 지난해 12월엔 서울에서 가장 많은 거래량(71건)을 기록했다. 서초구 분양권 거래량도 지난해 12월 50건에서 지난달 7건으로 급감했다. 강동구는 59건에서 18건으로 줄었다. 전농·답십리뉴타운 등에서 거래가 잦았던 동대문구도 지난달 1건만 팔렸다.

올 들어 거래량이 갑자기 줄어든 이유는 지난 1월부터 분양권 양도소득세가 중과돼서다. 보유 기간과 차익 규모에 상관없이 50% 세율이 부과되고 있다. 차익의 절반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까닭에 분양권 소유자들이 거래를 주저하고 있다. 지난해 ‘6·19 부동산 대책’ 이후 분양된 물량은 입주 때까지 전매가 금지된 점도 거래량이 급감한 이유다.

오는 6월부터 2016년 ‘11·3 부동산 대책’ 이후 전매가 제한됐던 마포구 ‘신촌그랑자이’, 양천구 ‘목동파크자이’ 성북구 석관동 ‘래미안 아트리치’, 서대문구 연희동 ‘연희파크푸르지오’, 관악구 봉천동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 종로구 교남동 ‘경희궁 롯데캐슬’ 등 6개 단지의 분양권 규제가 풀린다는 점이 변수다. 이들 단지는 2016년 정부가 ‘11·3 대책’을 발표한 이후 공급된 아파트다. 정부는 당시 서울 강남4구 민간택지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6개월에서 소유권 이전 등기 때로, 강남4구 외 지역 제한 기간을 6개월에서 1년6개월로 각각 강화했다.

분양권 거래가 활기를 띨지는 미지수다. 분양권 소유자들이 재건축 규제가 강화되자 새 아파트 공급이 부족해질 것으로 예상해 전매를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다. 서대문구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분양권 전매 해제 시점을 3개월가량 앞두고 매수 문의는 줄을 잇는 데 반해 매도자들은 웃돈을 얼마 붙일지 눈치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매수 대기자들은 애가 타는 분위기다. 지난해 하반기 1순위 자격 강화, 중소형 100% 가점제 등 청약 규제까지 시행돼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수요자들이 분양권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지만 매물이 부족해서다. 오는 6월13일 전매제한이 풀리는 석관동 ‘래미안 아트리치’엔 매수 희망자만 200여 명이 대기 중이다. 반면 매도를 원하는 물건은 많지 않다. 매도자들이 원하는 웃돈(프리미엄)은 1억~1억5000만원 수준이다.

석관동 리치공인 관계자는 “처음엔 웃돈 5000만원 정도를 생각하던 매도 예정자들이 양도소득세가 일괄적으로 오르자 호가를 높였다”고 말했다.

김형규/이소은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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