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교수님이 전문대 입학…이색 신입생들 '화제'

입력 2018-03-08 16:37
수정 2018-03-08 17:31
평생교육시대, 제2의인생 준비
간판보다 실용 'U턴 입학' 증가


올해 거제대에는 4년제 일반대 교수 출신인 윤석봉씨(57)가 학생으로 입학했다. 수학과 교수였던 그는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려고 이 대학 관광경영과 새내기가 됐다. 경인여대 간호과에도 고순영(54)·윤정(49)씨 자매가 늦깎이 신입생으로 캠퍼스에 발을 들였다.

새 학기 전문대에 입학한 이색 신입생 사례가 눈길을 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는 평생교육 시대에 발맞춰 새로운 분야에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거나,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일반대 졸업 후 전문대에 진학하는 ‘U턴 입학’ 트렌드로 풀이했다.

윤씨는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 비전을 보고 전문대 진학을 택했다. 그는 “거제가 관광도시로 거듭나려 하는 만큼 새로운 지역 브랜드를 만드는 데 일익을 담당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윤씨가 입학한 거제대 관광경영과의 이헌 학과장도 “일반대 교수가 새 전공을 접하고자 전문대에 성인학습자로 입학한 경우는 처음인 것으로 안다”며 “책임감을 갖고 관광 분야 전문직업인으로 성장할 수 있게끔 돕겠다”고 귀띔했다.

5살 터울 고순영·윤정씨 자매도 각각 50대 중반과 40대 후반의 나이로 간호사에 도전했다. 자녀들의 격려가 힘을 줬다고. 고씨 자매는 “열정만큼은 20대 동기들에게 뒤지지 않는다. 캠퍼스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으로 우리 또래인 엄마들에게도 자극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대경대 3D프린팅과 신입생 김선구씨(37)는 직장생활을 해오다 유망 분야를 전문적으로 배우려고 쉽지 않은 결심을 했다. 그는 “나이는 조금 많지만 새로운 분야니까 아직 늦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지원했다. 3D프린팅 관련 산업기사·기능사 자격증을 따 졸업 후 전문가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구미대에서는 세 자매 동문이 탄생했다. 경남 창녕 출신의 이수지(27) 수가(24) 수아(20)씨가 그 주인공이다. 둘째 수가씨가 먼저 입학해 2016년 졸업했다. 제품 디자이너로 일하는 수가씨가 언니와 동생에도 권해 첫째 수지씨는 간호학과, 막내 수아씨는 보건의료행정과 신입생으로 함께 입학한 것이다.

일반대를 졸업한 수지씨는 간호사가 되기 위해 U턴 입학을 하며 7살 터울 막내와 대학 동기가 됐다. 수지씨는 “꿈을 찾은 만큼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했고 수아씨도 “두 언니가 학교 동문이라 마음 든든하다”며 웃어보였다. 학교 측은 이들 자매에 ‘가족사랑 장학금’을 수여할 계획이다.

일반대에 다니다 여주대 국방장비과로 입학한 손민혁씨(21)는 “해병대 부사관이 되고 싶어 U턴 입학했다. 부모님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며 “학교에서 체계적으로 배워 직업군인으로 거듭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이색 신입생이 늘어나는 추세에 대해 황보은 전문대교협 사무총장은 “꿈을 실현하고 원하는 직업을 갖기 위해 대학 간판보다는 걸맞은 전공을 택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가족이 전문대 진학을 추천하는 것은 실용 중시 문화가 형성된다는 의미”라며 반겼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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