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AI 컬링 로봇' 경기 시연
"알파고보다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
평창동계올림픽에서의 컬링 열풍을 이어갈 인공지능(AI) 컬링로봇이 선보인다. AI 소프트웨어(SW) ‘컬브레인’과 AI 컬링로봇 ‘컬리’가 8일 세계 최초로 인간과의 컬링 대결을 펼친다.
컬브레인과 컬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을 받아 고려대가 주관하는 AI 컬링로봇 개발 컨소시엄이 만들어냈다. 이날 2시30분 경기도 이천의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 컬링센터에서 2엔드 경기 시연회를 연다. 상대팀은 강원도 고등부팀인 춘천기계공고 컬링팀이다.
컬리는 투구 전략을 세우는 스킵 모드와 스톤을 투구하는 투구 모드로 나뉜다. 올해 안에 스위퍼로봇도 추가 개발할 예정이나 이날 경기에선 컬링 하면 연상되는 스위핑(브룸으로 빙판을 문지르는 것)은 하지 않는다.
연구팀은 “스위핑을 하지 않고도 고등부 컬링팀과 대등한 승부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며 “컬리는 스톤을 하우스 안에 넣는 드로우(Draw)의 경우 지름 1.2m 안쪽 빨간색 원 안착이 70%, 상대 스톤을 쳐내는 테이크아웃은 90%가량 확률로 성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컬리는 어떻게 구동될까. 스킵로봇이 장착된 카메라로 경기 상황을 인식해 이를 머리 부분에 탑재된 SW 컬브레인에게 전송한다. 컬브레인은 딥러닝 기술을 통해 최적의 투구전략을 세워 투구에 필요한 힘, 방향, 스톤 컬 방향 등 정보를 투구로봇에 보낸다. 이에 따라 투구로봇이 목표지점으로 최종 투구한다.
스스로 경기 상황을 파악해 전략을 수립하고 빙판 위에서 직접 주행하며 경기할 수 있도록 만든 것. 딥러닝을 위한 학습 데이터베이스는 국제 컬링경기 1321경기(약 1만1000엔드 16만 투구)의 기보를 활용했다.
컬리는 인간 바둑 최고수를 모두 누른 AI 알파고보다도 훨씬 복잡한 기술을 적용했다. 바둑이 한정된 격자 위의 착수 전략만 수립하는 데 비해 컬링은 빙판 위에서 스톤이 위치할 무한대에 가까운 경우의 수, 스톤 충돌, 빙질 변화, 경기 수행능력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특히 빙판의 불규칙 변화가 최대 걸림돌이었다. 경기장 온도, 습도, 정빙 정도, 정빙 후 시간, 이전 투구 경로 등 불확실성의 원인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 연구팀은 “컬리가 외부의 도움 없이 경험과 감각, 노하우를 지닌 인간처럼 실시간 대처하도록 학습하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었다”고 귀띔했다.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실제 컬링과 유사한 시뮬레이션 환경을 구축하고 고속시뮬레이션 기술, 광선투사 기법을 활용해 스톤 충돌을 예측했다. 착점에 대한 확률분포를 이용해 빙질의 불확실성을 감안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컬브레인은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개최된 ‘국제 인공지능 컬링 SW 경진대회’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개발 주관기관 고려대의 이성환 교수(뇌공학과)는 “기존에도 AI를 물리 세계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컬링로봇처럼 고차원적 사고가 필요한 AI가 로봇 제어에 융합된 사례는 매우 드물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앞으로 딥러닝 기반 AI 게임과 이동 환경에서의 컴퓨터 시각, 지능로봇 정밀제어 등에 응용된다. 컬링을 배우는 일반인이나 컬링 선수 경기력 향상을 위한 훈련 지원에도 활용될 수 있다.
양환정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컬리는 AI, 로봇공학 등 다양한 학문이 융합된 최첨단기술의 결과물”이라며 “이번 시연회를 계기로 컬링 대중화와 AI 핵심기술 개발 및 인력양성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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