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여기자 '7년전 추행' 제기
정봉주, 서울시장 출마선언 연기
민주 "15일 정봉주 복당 심사"
"안희정에 나도 당했다" 피해자 또 등장
안희정, 8일 오후 3시 기자회견
[ 김기만 기자 ]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의혹으로 촉발된 정치권의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폭로가 확산하고 있다. 6·1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 중인 정봉주 전 열린우리당 의원(사진)도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다.
정 전 의원은 7일 오전 서울 연남동 경의선 숲길에서 열기로 한 서울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전격 연기했다. 한 인터넷 언론이 정 전 의원이 2011년 당시 기자 준비생이던 여대생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보도하면서다. 현직 기자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제보자는 정 전 의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실소유주 의혹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을 받아 수감되기 전 호텔 카페에서 강제로 껴안고 입맞춤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정 전 의원은 정치인으로서는 유일하게 문재인 정부에서 첫 특별 사면 혜택을 받고 더불어민주당 복당을 준비 중이다. 진보 진영에서 두터운 팬층을 갖고 있는 그에 대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연이은 폭로에 적잖이 당황하며 정 전 의원의 복당 절차가 끝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정 전 의원 복당 심사는 오는 15일 열린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유구무언이며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연일 낮은 자세로 수습에 나섰지만, 안병호 전남 함평군수도 성폭행 의혹에 휩싸이는 등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 양상이다. 전남지방경찰청은 안 군수가 군수실과 모텔, 차 안에서 세 명의 여성을 성폭행하거나 추행했다는 혐의로 내사에 착수했다.
야권은 잇따른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민주당에 충남지사 무공천을 요구하는 등 전방위적인 총공세에 나섰다. 홍문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과거 대선 경선 때 안 전 지사를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얘기했던 문재인 대통령도 책임을 져야 한다”며 “민주당은 충청남도에서 도지사를 비롯한 모든 후보를 내면 안 된다”고 압박했다.
국회 직원들이 이용하는 익명 게시판을 통해서도 미투 관련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이 의원님 안녕하세요?’라는 제목의 게시글에는 “딸 같다며 며느리 삼고 싶다던 의원님, 따님들 앞에서도 제 앞에서 그랬듯 바지를 내리시는지요”라며 “얼마 전 의원님께서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며 가해자를 비난하는 기사를 봤다. 그 기사를 본 저는 아침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7일엔 안 전 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추가 피해자도 나왔다. 안 전 지사가 설립한 싱크탱크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직원 A씨는 2015년 10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안 전 지사로부터 수차례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한 종편방송을 통해 주장했다.
안 전 지사는 잠적한 지 사흘 만인 8일 오후 3시께 충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보비서 성폭행 의혹에 관한 입장을 발표한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