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남한 땅 밟는 김정은… "대화 기간 도발 없다"

입력 2018-03-06 22:24
수정 2018-03-07 07:48
4월 말 남북정상회담

남측 지역서 회담 첫 성사

정상회담 개최 속전속결… 남북관계 개선 급물살
회담 전 남북 정상 간 핫라인 통화하기로
김정은 "4월 한·미훈련 예전수준 진행 이해"


[ 조미현 기자 ]
남북이 오는 4월 말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번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7년 10월 만난 이후 10년6개월 만이다. 예상보다 빨리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한 지 11개월 만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한 테이블에 앉게 됐다.

◆판문점 ‘남측구역’서 개최

남북 정상회담이 속전속결로 성사된 배경에는 북한의 의지가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은은 지난달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참석을 위해 한국에 방문한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통해 문 대통령을 북한으로 초청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미국 등 국제 관계를 고려해 “여건을 만들자”며 확답을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올림픽 기간 중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왔을 때 북측에서 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대하면서 남북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 입장을 밝혀왔다”고 공개했다. 그러면서 4월 말은 “양쪽이 편리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판문점 평화의집을 회담 장소로 정한 것도 북측의 전향적 태도가 없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판문점 평화의집은 남측의 회담장소로 쓰이는 공간으로, 김정은이 사실상 남한 땅을 밟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간 이뤄진 제1차 정상회담과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간 성사된 제2차 정상회담 모두 평양에서 열렸다.

◆남북 정상 간 핫라인도 복원

정 실장은 또 “군사적 긴장 완화와 긴밀한 협의를 위해 정상 간 핫라인(비상연락망)을 설치하기로 했다”며 “제3차 남북 정상회담 이전에 첫 통화를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남북 간 핫라인은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비상연락망을 마련할 것을 제의해 개통된 것으로 전해진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제2차 남북 정상회담 성사 과정에서 활용됐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단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한·미연합훈련 이해”

김정은은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예년 수준으로 진행되는 것을 이해한다는 뜻을 밝혔다. 한·미 양국은 다음달 합동군사훈련을 시행할 계획이다. 정 실장은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북측은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 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명백히 했다”며 “이와 함께 북측은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했다”고 밝혔다. 당초 북측은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중단 내지는 조정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5일 대북 특사단과 김정은의 회동 자리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한·미연합훈련으로 남북관계가 단절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쓰인 정 실장의 메모가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정 실장은 “(북한에서) 한·미연합훈련 문제를 제기할 경우 설득 논리로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전했다.

김정은이 ‘이해’를 밝혔지만, 남북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미연합훈련은 2주가량 진행되는 키리졸브와 이후 한 달 이상 이뤄지는 독수리 훈련을 포함한다. 남북 정상회담이 키리졸브와는 겹칠 가능성이 작지만, 독수리 훈련 기간과 겹칠 수 있다.

이에 따라 남북 정상회담 실무 협의 과정에서 독수리 훈련 중단 또는 연기를 북측이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최근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키리졸브 훈련은 바꿀 수 없겠지만 독수리 훈련은 남북, 북·미 간 대화가 이뤄지면 일정 조정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김정은도 대북 특사단에 “앞으로 한반도가 안정기에 진입하면 한·미연합훈련이 조절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