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동균 기자 ] 중국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제 개편을 통해 대규모 감세에 나선다. 경제 성장을 자극하는 한편 작년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놓은 감세 정책으로 미국으로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기업을 붙잡기 위한 주요 2개국(G2)의 ‘감세 전쟁’이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지난 5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기업과 개인의 세금 부담을 8000억위안(약 136조원) 줄여주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올해 예상되는 중국 정부 세입의 5.2%, 작년 세입의 5.5%에 해당하는 규모다. 홍콩 언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최근 감세는 2013년부터 시행한 세제 개편의 연장선”이라며 “중국 정부가 강조해온 국가 경쟁력 개선 및 기업가 정신 보호를 위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중국에선 개인 소득세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았다. 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정부의 총세입은 14조4000억위안으로 전년보다 10.7% 늘었다. 개인 소득세 세입은 전년 대비 18.6% 증가한 1조2000억위안을 기록했다.
중국의 개인 소득세 세율은 소득의 3~45%에 이르며 과세율은 7개 구간으로 나뉘어 적용된다. 소득세 면세점은 2006년 1600위안에서 2008년 2000위안, 2011년 3500위안으로 올랐다. 중국 최고의 금융 부호로 꼽히는 류융하오 신시왕그룹 회장은 “가처분소득이 치솟는 생계비를 따라잡기에 충분하지 않다”며 “면세점을 1만위안가량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인세율 역시 경쟁국에 비해 높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중국의 법인세율은 25%다. 푸젠성 푸칭시에 있는 푸야오유리그룹은 법인세 부담을 감안해 미국 오하이오주에 세계 최대 자동화 유리 조립공장을 세웠다. 중국 선전과 허난성 정저우 등에 대형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대만 전자기업 폭스콘은 세금 감면 혜택을 얻기 위해 미국 위스콘신주에 100억달러를 투자해 조립공장을 건설 중이다.
글로벌 회계법인 언스트앤영(EY)의 프리먼 부 파트너는 “중국도 미국의 감세정책을 고려해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