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신 금융부 기자 soonsin2@hankyung.com
[ 김순신 기자 ]
“3연임했다고 축하 인사를 건네지만 머쓱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제 임기 4년차입니다. 어떤 최고경영자(CEO)는 그냥 연임한 것으로 하자고 하기도 합니다. 허허.”
최근 3연임이 결정된 한 금융회사 CEO 얘기다. 3연임했다고 하면 CEO를 9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금융권의 경우 대부분 재임 기간이 4년에 불과하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금융회사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면서 ‘다(多)연임 CEO’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김영표 신한저축은행 사장, 정수진 하나카드 사장은 3연임한다.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과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은 각각 4연임과 5연임이 확정적이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11번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여러 차례 연임한다 하더라도 재임기간은 그다지 길지 않다. 김영표 사장은 4년, 정 사장은 3년간 회사를 이끌 뿐이다. 유 사장은 올해를 포함하더라도 12년에 그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연임해서 8년간 한국은행을 이끌고, 금융지주사 회장이 연임해 6년을 맡는 것과 대비된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대부분 금융회사 CEO 임기는 초임으로 1년 또는 2년이 주어지며 이후엔 1년마다 연임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KB·신한·하나금융의 계열사 CEO 임기는 ‘2+1년’이다. 5연임한다고 해 봐야 재임기간이 6년에 그친다. 금융지주 회장이 연임했을 때의 임기 6년과 같다. 증권사 CEO도 대부분 비슷하다.
금융회사들은 금융당국이 이 같은 임기 구조를 유도했다고 입을 모은다. 몇 해 전 책임경영을 뿌리내리기 위해 3년 임기를 이같이 줄였다고 금융계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하지만 매년 연임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재임에 성공하려면 매년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장기 플랜을 짤 수 없다는 게 대표적이다.
금융계 일각에선 ‘유통기한 1년짜리 CEO’를 만든 것은 매년 금융당국이 CEO 인선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차원이 아니냐는 의심도 내놓고 있다. 책임경영을 위해 현재의 금융 CEO 임기제도가 바람직한지 따져 볼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