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의 ‘해외자원개발 혁신 태스크포스(TF)’가 부실 광산에 돈을 쏟아부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한국광물자원공사를 한국광해관리공단과 통합하는 방안 등을 포함한 구조조정안을 내놨다. 하지만 광해관리공단은 왜 자신들이 부실을 떠안아야 하느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통합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미봉책이라는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
광물자원공사 사태를 보면서 에너지·자원 공기업들이 지금 체제로 계속 가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된다. 멕시코 볼레오 광산 등의 투자 실패와 그 뒤 운영과정 등을 복기하면 특히 그렇다. 곳곳에서 광물자원공사의 도덕적 해이를 질타하지만, 이게 어디 광물자원공사만의 일인가. 주인 없는 공기업 모두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다.
한때는 에너지·자원사업의 특성상 공기업이 나서야 높은 위험을 무릅쓴 투자가 가능하다는 논리가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더 이상 통하기 어렵게 됐다. 눈먼 돈이라고 여기는지 권력이 개입할 유혹을 강하게 느끼는 데다, 정권만 바뀌면 에너지·자원분야 비리 캐기로 앞 정권을 공격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국내 공기업이 국제 에너지·자원 시장에서 ‘봉’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투자도 매각도 정치논리가 시장논리를 압도하는 한국 현실을 훤히 꿰고 있는 해외 큰손들 눈에 국내 공기업은 이용하기 딱 좋은 대상이다.
정부는 에너지·자원분야를 신산업으로 키울 계획이다. 그러나 지금 같은 공기업 체제로 가능할지 의문이다. ‘에너지 전환’을 외치지만 전력산업 구조 개편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스마트그리드도, 경쟁체제 도입도 구호에 그칠 뿐이다. 자원분야로 눈을 돌려도 마찬가지다. 정도의 차이일 뿐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광물자원공사와 비슷한 부실 문제를 안고 있는 공기업이 한둘이 아니다.
정부가 광물자원공사 한 곳만 어떻게든 막으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대로 가면 광물자원공사 사례가 줄을 이을 게 뻔하다. 통합 차원을 넘어 에너지·자원 공기업 체제 자체에 대한 전면 수술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