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교사는 충분히 쉬고 돈도 받는데…
'유급 인정' 학교 교사와 대비
임금 못받고 법정 휴식도 못챙겨
보육교사 91% "점심에 못쉰다"
신분 불안정한 탓에 목소리 묻혀
"전교조 등 교육단체가 주도하는 기형적인 노동시장의 단면"
[ 신연수 기자 ] 어린이집 보육교사에게 점심시간은 하루 중 가장 바쁜 시간이다. 일일이 아이들의 점심을 챙겨야 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심시간은 ‘근로시간’이 아니라 ‘휴게시간’에 해당돼 무급 처리된다. 점심시간을 유급근로시간으로 인정받는 유치원 및 초중등교사와 대비된다. 보육교사들이 조직화되지 못한 탓에 정책결정과정에서 소외되고, 과소보호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점심시간 ‘무급노동’ 시달리는 보육교사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 30분, 8시간이면 1시간 이상 휴게시간을 보장하고 있다. 근로시간 도중에 보장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에 대부분 직장에서는 점심시간을 활용한다. 이 시간은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하되 급여는 지급되지 않는다. 휴게시간을 주지 않는 사용자는 최대 2년 징역이나 1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도 당연히 이 같은 근로기준법의 적용 대상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휴게시간을 갖지 못하는 실정이다. 휴식은커녕 점심시간은 하루 중 가장 힘든 시간이다. 앞가림을 잘 못하는 아이들의 식사를 일일이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91%의 교사들이 점심시간에 제대로 쉬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영유아와 한 교실에서 점심식사를 한다는 비율도 85%에 달했다. 수원의 한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정모씨(28)는 “원아 식사와 양치 등을 돕다 보면 점심시간이 하루 중 가장 바쁘다”며 “아이들을 돌보느라 정신이 없어 점심을 거르거나 빨리 먹느라 소화 장애에 걸렸다”고 토로했다.
미국 및 캐나다에선 어린이집마다 보조교사를 둬 보육교사가 1시간의 식사시간을 온전히 갖도록 조치하고 있다. 청소와 행정 등 교육 외 업무를 맡는 인력이 따로 있어 업무 부담도 상대적으로 작다. 국내 보육교사들도 지속적으로 요청 중이지만 번번이 거부됐다.
◆힘없는 보육교사들, 힘없는 목소리
보육 현장 특성상 온전히 쉬는 것이 어렵다면 점심시간을 근로시간에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유치원과 초중등교사처럼 점심시간을 8시간 근무 내에 포함하고 임금을 지급하자는 주장이다. 이상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중앙법률원 노무사는 “사실상 업무가 지속적으로 행해진다면 근로시간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보육교사들의 타당한 목소리는 정책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변변한 이익단체가 없어 제도권에 전달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김호연 전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의장은 “보육교사는 경력 단절이 심하고 젊은 여성이 대부분”이라며 “지역 내 어린이집 사이에서 도는 일종의 ‘블랙리스트’에 오를까봐 앞장서 권리를 주장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초중등학교의 시간제 강사도 보육교사와 마찬가지로 점심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반면 정규직 교사들은 교육공무원법이란 울타리 안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의 거대조직을 통해 신분을 과잉보장받는다는 지적이 많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거대 이익단체가 주도하는 노동시장의 기형적인 단면”이라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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