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골프장 인수 '1조 실탄' 함께 채우기로 의기투합
국내 첫 'P플랜 방식' 인수
회생계획안 법원에서 통과
수의계약으로 예비 인수자 선정
경매에서 더 높은 가격 써내는
인수자 없으면 최종 인수 확정
한데 뭉친 골프존-MBK
올해 4~5곳 인수 나설 듯
골프장 업계 재편 '신호탄'
[ 이상엽/이동훈 기자 ]
서남권 대형 골프장 레이크힐스순천이 팔린다. 1조원 규모의 자금을 공동 조성해 국내 골프장 인수에 나선 골프존과 국내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의 첫 인수 대상으로 낙점됐다. 법원에 ‘사전회생계획안’을 제출해 인가받은 국내 첫 골프장 인수라는 점에서, 부실 골프장 인수합병(M&A)을 좀 더 빨리 진행할 수 있는 사례로도 주목받을 전망이다.
국내 첫 ‘P플랜 방식’ 인수 시도 빛 볼까
서울회생법원 회생1부(수석부장판사 정준영)는 5일 레이크힐스순천을 골프존 자회사인 골프존카운티에 매각하는 ‘P플랜(프리패키지드 플랜)’ 방식의 골프장 회생계획안 개시를 승인했다. 인수대금은 700억원이다. 골프장이 P플랜을 활용해 매각을 시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골프존카운티에는 MBK파트너스 지분 절반(50%-1주)이 들어가 있다.
P플랜은 부채의 50% 이상을 가진 채권자 동의를 얻은 채무자가 회생절차 개시 전까지 사전계획안을 제출해 인가받는 새로운 형태의 회생절차다. 매각의 경우도 채권자들과 미리 협의하는 방식이어서 신속하게 회생 절차를 끝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법원은 6일부터 ‘스토킹 호스(stalking-horse)’ 방식의 공개입찰을 통해 M&A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스토킹 호스는 예비인수자를 수의계약으로 미리 선정하고 경매가 무산되면 예비인수자에게 우선매수권을 주는 일종의 ‘매각 안전장치’다. 공개입찰에서 예비인수자인 골프존카운티보다 더 높은 금액을 부르는 인수주체가 나타나지 않으면 레이크힐스순천은 골프존카운티가 인수하는 것으로 최종 확정된다. 레이크힐스순천은 누구한테든 확실하게 매각된다는 얘기다. 스토킹 호스 방식과 P플랜을 결합해 기업회생에 적용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법원 관계자는 “채권자 집회에서 회생계획안이 통과되면 곧바로 인가될 가능성이 크고 이르면 한 달 안에 종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회생 개시 절차는 P플랜과 스토킹 호스를 결합한 사례로 회생 절차의 신속한 진행을 통해 기업 가치가 불필요하게 떨어지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18홀 회원제도 퍼블릭 전환
레이크힐스순천은 2008년 전남 순천에 36홀 규모로 개장했다. 18홀은 퍼블릭(대중), 18홀은 회원제다. 이번 회생 절차를 통해 입회금 채권을 반납하면 18홀 회원제골프장도 퍼블릭골프장으로 전환된다.
레이크힐스순천은 개발 당시만 해도 클럽하우스 공사비만 600억원이 드는 등 총 1500억원 안팎의 자금이 투입된 고급 골프장으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서남부 지역의 골프 메카가 되길 기대한 것과 달리 과도한 공사비와 금융 비용 등으로 적자의 늪에 빠졌다. 2013년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과 약정을 체결하고 워크아웃 절차를 추진했지만 수익성은 호전되지 않았다. 2016년에는 내장 고객까지 급격하게 감소했다. 결국 차입금을 갚지 못하자 작년 12월 워크아웃 종결 결정을 내리고 올해 2월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총 부채는 1800억원 정도다.
MBK-골프존 골프장 사냥 신호탄 될까
MBK파트너스와 국내 1위 스크린골프장업체인 골프존뉴딘그룹은 지난해 골프장 운영업체인 골프존카운티에 차례로 1조원을 투자해 국내 골프장을 대거 인수하기로 했다. MBK파트너스는 주로 인수 자금을 대고 골프존카운티는 수년간 쌓은 골프장 고객 데이터베이스와 골프장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신규 인수 골프장의 실적을 개선해 시너지를 낸다는 전략이다. 골프존카운티는 골프존카운티청통 골프존카운티선운 카운티안성W 카운티안성Q 카운티안성H 골프존카운티무등산 등 골프존 계열 6개 골프장 운영을 맡고 있다. 레이크힐스순천 인수는 이 프로젝트의 첫 성과다.
아시아 최대 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9월 골프존카운티에 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1140억원을 투자해 골프존뉴딘에 이은 2대주주가 됐다. 양측은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을 우선 레이크힐스순천 인수 자금으로 쓴 뒤 골프장 추가 인수 때마다 50 대 50으로 투자해 최대 1조원까지 전체 투자 규모를 늘려갈 방침이다.
국내에는 최대 약 100개의 골프장이 매물로 나와 있다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골프장업계 관계자는 “골프존카운티는 골프존 계열사와의 협업을 통해 골프장 흑자 경영 노하우를 쌓아왔다”며 “MBK와 함께 올해만 4~5개 이상의 골프장을 인수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엽/이동훈 기자 l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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