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특사단 평양 도착
특사단, 공군2호기로 평양행
북한, 환영만찬 열고 환대
특사단 "비핵화는 김일성 유훈
핵포기 땐 체제 보장" 설득할 듯
북한 핵보유국 지위 고수하며
한·미 연합훈련 중단 요구 땐 특사단 '빈손 귀환'할 수도
[ 조미현 기자 ]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 특사로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 대표단이 5일 평양 땅을 밟으면서 1박2일 일정에 들어갔다. 대북 특사가 북한을 방문한 건 2007년 8월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방북한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 이후 10년7개월 만이다. 북한은 환영 만찬을 여는 등 특사단을 환대했다. 특사단의 주된 목표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비핵화와 북·미 대화에 대한 김정은의 생각을 직접 듣는 것이다. 이번 특사단 방문 결과가 한반도 정세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사단, 1박2일 일정 돌입
대북 특사단은 이날 서울공항에서 공군 2호기를 타고 서해 직항로를 거쳐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공군 2호기는 대통령 해외 순방에 쓰이는 공군 1호기와 달리 항속 거리가 짧아 국내 이동용으로 이용된다. 공군 2호기 운항은 사전에 미국과 협의를 거쳤기 때문에 대북 제재에는 저촉되지 않는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정 실장은 출국 전 대국민 인사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진정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만들고자 하는 문 대통령의 확고한 뜻과 의지를 분명히 전달하겠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대북 특사단을 위해 환영 만찬을 여는 등 반갑게 맞이했다. 특사단은 북한 고위급 인사와 6일 조찬 및 오찬 회동도 예정돼 있다. 청와대는 북한과 조율 중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일정을 밝히지는 않았다. 문 대통령은 도청이 되지 않는 팩스를 통해 평양 상황을 보고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 메시지 ‘주목’
이번 특사단 방문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김정은이 비핵화와 북·미 대화에 대한 의지를 밝힐지 여부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친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정 실장이 “문 대통령의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전달하겠다”고 사전에 밝힌 것을 볼 때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문 대통령의 구상이 담겼을 가능성이 높다. 특사단도 김정은을 만나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며, 북한이 핵·미사일을 포기하면 체제를 보장하겠다”고 설득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특사단을 만나는 김정은은 어떤 식으로든 문 대통령 친서에 대한 답을 내놔야 한다. 북한은 지금까지 “어떤 제재나 도발도 핵보유국 지위를 절대로 허물 수 없다”며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밝혀왔다. 하지만 미국의 대북 제재가 날로 거세지는 상황에서 비핵화와 관련한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압박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핵 폐기 대신 핵·미사일 실험 모라토리엄(일시 중단)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한·미연합훈련의 중단 내지는 조정을 요구하면서 한·미 간 공조체제의 균열을 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반면 특사단이 ‘빈손 회군’하면 문 대통령의 ‘중매 외교’는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특사단은 6일 오후 귀환해 문 대통령에게 귀국 보고를 한 뒤 미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중국 일본과도 긴밀히 협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