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카오·스티븐 첸 등 대만팀 중심 기술 개발
[ 노경목 기자 ]
2015년 10월 대만 산업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대만의 메모리반도체 제조업체 난야와 이노테라를 이끌던 찰스 카오 사장이 회사를 떠나 중국 칭화유니에서 일하기로 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찰스 카오는 2000년대 대만 D램 제조 혁신을 이끌며 “한국 타도”를 부르짖던 인물이다. 제임스 시 난야 부사장 등 대만의 다른 반도체 기술인력도 수개월 사이에 카오를 따라 칭화유니로 옮겼다.
이듬해 칭화유니가 주도해 설립한 창장메모리는 이 같은 대만 기술인력을 기반으로 연구개발을 해왔다. 대만 기술인력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인텔 엔지니어로 일하다 2010년 귀국한 양스닝 창장메모리 최고경영자(CEO) 등 실리콘밸리 출신 중국인 기술자들과 시너지를 내고 있다.
허페이창신에는 일본 기술인력이 대거 합류했다. 일본의 마지막 D램 업체 엘피다가 문을 닫은 2012년까지 이 회사를 이끌던 사카모토 유키오 사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일본 내 최고 메모리반도체 전문가로 2000년대에는 삼성전자 등에 맞서 D램 치킨게임을 주도하기도 했다. 일본의 설계기술, 대만의 양산기술, 중국의 자금을 결합해 한국을 넘어서겠다며 2016년 허페이창신이 세워진 직후부터 기술을 담당했다.
하지만 사카모토 사장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허페이창신은 D램 자체 기술 개발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대만 이노테라의 생산라인을 그대로 가져오기로 하고 데이비드 류 전 이노테라 부사장을 영입했다. 데이비드 류 영입 과정에서는 칭화유니와 허페이창신이 서로 몸값을 올려 부르며 경쟁하기도 했다.
푸젠진화는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 UMC 부사장을 지낸 스티븐 첸이 기술개발을 이끌고 있다. 스티븐 첸은 UMC에서 일하기 직전 미국 D램 제조업체 마이크론의 대만 지역 공정 책임자를 지내기도 했다. 대만 내 마이크론의 기술인력을 빼내기 위해 스티븐 첸을 영입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