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금화면 앱으로 인도·파키스탄 이어 중동 진출한 42컴퍼니

입력 2018-03-02 11:17
수정 2018-03-02 18:07
이성원 42컴퍼니 대표 “인도는 IT 기회의 땅”



“인도의 모바일 광고 시장은 지난해 2배 이상 성장했습니다. 한국 시장만 생각하지 말고 성장하는 글로벌 시장을 바라봐야 합니다.”

이성원 42컴퍼니 대표의 말이다. 이 대표가 운영하는 잠금화면 광고 앱(응용프로그램) ‘슬라이드’는 2016년 출시 후 1년 만에 다운로드 500만 건을 돌파하며 인도 파키스탄 등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대표는 “올해는 아랍에미리트(UAE) 등지에서도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高성장 인도에 이어 중동 진출

슬라이드는 한국의 ‘캐시슬라이드’와 비슷한 앱이다. 잠금화면에서 광고를 보면 일정 금액을 보상받을 수 있다. 보상액으로 선불폰 요금을 충전할 수 있어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현지 대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모바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데이터 사용량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인도의 모바일 시장 성장을 “폭발적”이라고 했다. 그는 “지오(Jio)와 같은 통신사들이 경쟁적으로 요금 인하를 하고 있어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의 모바일 앱 다운로드 건수는 2015년 대비 215% 성장했다. 통신사의 무제한 요금제 경쟁 때문이다. 앱 지출액 규모도 2015년 대비 60% 늘어나 미국과 비슷한 150억 달러(약 16조원)에 근접했다. 이 대표는 “앱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품질은 낮은 편”이라며 “한국 업체들이 충분히 경쟁력을 갖고 들어올 수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 1월 슬라이드로 중동 시장에도 진출했다. UAE에 본부를 둔 다국적 이동통신사 ‘에티살랏’과 제휴해 현지에서 슬라이드를 서비스한다. 이 대표는 “UAE뿐만 아니라 다른 중동 국가까지 서비스를 넓혀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인도 시장 진출을 돕는 사업도 펼치고 있다. 42컴퍼니는 지난해 11월 현지화, 마케팅 전략 등을 컨설팅 해주는 서비스인 ‘42게이트웨이’를 출시했다. 이 대표는 “컨설팅을 받은 앱이 인도 출시 한 달 만에 다운로드 10만회를 기록했다”며 “올해 말까지 10개 업체가 인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계속 도전하는 것이 중요

이 대표에게 42컴퍼니는 두 번째 창업이다. 첫 번째는 서울대 재학 시절 웹 개발 동아리인 와플스튜디오에서 시작했다. 친한 친구들과 함께 익명 소통이 가능한 커뮤니티 ‘클래스메이트’를 개발하면서 ‘울트라캡숑’이란 회사를 설립했다. 울트라캡숑은 마티니, 너말고니친구, 다이어터 등의 서비스를 선보이며 1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모았다.

카카오가 2014년 울트라캡숑을 인수한 후 이 대표는 동료들과 다시 42컴퍼니를 세웠다. 이 대표는 “국내 시장에만 있으면 더 이상 성장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해외 진출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외 시장에서 시작하는 것은 큰 모험이었다. 특히 현지 영업을 한국인만으로 개척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해답은 현지 전문가를 섭외하는 것이었다. 이 대표는 “슬라이드의 성장에는 암리타 구즈랄, 나쿨 세티 등 현지 직원들의 공이 컸다”며 “광고업계에서 오랜 경력을 가진 두 사람의 도움으로 현지 영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구즈랄과 세티는 “이 대표의 믿음직한 모습과 탄탄한 사업계획을 보고 42컴퍼니에 합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해외 진출에는 문화적, 언어적 어려움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 먼저 성공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인도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며 슬라이드가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며 “한국 시장을 고집하지 말고 성장하는 신흥시장에 도전하는 스타트업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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