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특사 보내 김정은 의중 확인… 미국과 공유하겠다"

입력 2018-03-02 01:03
문 대통령-트럼프 1일 밤 30분간 전화통화

"남북대화 모멘텀 지속해 비핵화 노력"
문 대통령, 북·미대화 중재자 역할 공식화

이낙연·서훈·조명균 등 특사로 거론


[ 손성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대북특사 파견 계획을 전달한 것은 북·미 대화 성사를 위한 적극적인 중재자로 나설 뜻을 거듭 천명한 것으로 분석된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양국 정상의 통화에서 남북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면서 한반도 비핵화로 이어나가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대북특사 파견 방침은 북한이 비핵화를 전제로 한 북·미 대화에 응할 용의가 있는지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직접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향후 북·미 대화 성사와 남북 정상회담 추진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북특사로 중재 외교

하지만 양국 정상이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 대북특사 파견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등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특사가) 갔다 와서 같이 (결과를) 공유하자’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 핵심 관계자는 북·미 대화와 관련한 미국의 입장 변화를 묻는 질문엔 “별로 없다”고 답했다.

북한 김정은의 비핵화 의사를 직접 확인할 대북특사로 누가 파견될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권 내에서는 대북특사로 서훈 국정원장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의 이름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이낙연 국무총리,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청와대는 브리핑에서 북·미 대화 문제에 대해 두 정상이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북·미 대화의 조건을 놓고 한·미 간 입장 차이를 확인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미국도 대화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했지만 미국 측은 “비핵화 조치 없는, 시간벌기용 대화에 응할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미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고 지적한다. 북한과 미국이 생각하는 ‘대화의 조건’이 확연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중단을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구체적으로 4월 중 예정된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창올림픽 폐회식 참석차 방문했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은 우리 정부와의 접촉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재개하면 북·미 대화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대성 주제네바 북한대사도 지난달 27일 제네바 군축회의에서 “미국은 핵 자산 배치 등 긴장을 고조시키는 모든 도발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패럴림픽 개막식서 북미 접촉 주목

반면 미국은 북한이 ‘검증 가능한 비핵화 조치’를 먼저 취해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원칙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또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중에 중단했던 한·미 연합훈련을 재연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는 아직까지 북한이 비핵화 의사가 전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북한이 핵 포기를 선언할 때까지 압박을 지속하는 게 백악관의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다만 북한 태도를 살펴보면서 압박 일변도 전략에서 탐색적 대화 쪽으로 흐름을 선회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미국이 평창패럴림픽 개회식(9일)에 참석할 대표단 단장으로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을 임명하면서 닐슨 장관이 전할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손에 쥐고 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에서도 패럴림픽 개회식에 맞춰 이수용 당 부위원장 및 외교위원회 위원장이나 이용호 외무상과 같은 ‘외교라인’ 고위급 대표단을 보낸다면 북·미 접촉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