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로니 프로젝트
[ 심성미 기자 ]
‘공동의 희망을 좇아 함께 아름다운 파산을 선택하는 게 인간적인 것일까, 아니면 파산 전에 제 몫을 챙겨 떠나는 게 더 인간적인 것일까.’(77~78쪽)
김솔 작가의 새 장편소설 《마카로니 프로젝트》를 아우르는 문장이 있다면 바로 이 두 문장일 것이다. 김 작가는 특유의 건조한 문체로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무기회사가 영업실적 부진을 이유로 이탈리아 피렌체 공장의 폐쇄 결정을 내린 뒤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마카로니 프로젝트’는 유럽지역 영업본부장과 피렌체 공장장, 각 부서 팀장이 비밀리에 모여 직원들의 동요나 저항 없이 순조롭게 공장을 폐쇄하기 위한 계획의 이름이다. 마카로니 프로젝트가 실행된 이후 평온하던 피렌체 공장은 금세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각자 생존을 위해 이들은 투쟁을 거듭한다.
팀장급은 은밀한 프로젝트에 동참해 회사에 남아 있을 수 있음에 안도를 느끼고, 배신감에 사로잡힌 직원들은 공장 기계를 파괴하고 집기를 약탈하며 폭주한다. 누군가는 개인적으로 팀장을 찾아가 동정심에 호소하기도 하고, ‘나와 내 가족이 죽었을 때 꼭 당신과 당신의 가족에게 부음장을 보내겠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자 직원들은 최대한 보상을 얻어 퇴사하려는 사람과 어떻게든 공장 폐쇄를 막아야 한다는 사람으로 나뉘어 팽팽하게 대립한다.
이렇듯 저자는 등장인물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넣고 양자택일의 순간을 마주하게 한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언제든지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일들이 개인의 삶에 도미노처럼 연쇄적인 불행을 불러올 때 이들은 각기 어떤 선택을 해야만 할까. 이런 질문에 저자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각자 최선을 추구하는 것을 두고 어느 쪽이 윤리적으로 우선한다고 쉽게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소설이 흥미로운 것 중 하나는 최근 논란인 ‘GM대우 군산공장 폐쇄 사태’를 연상시킨다는 점이다. 소설 배경이 이탈리아 피렌체이고 등장인물 역시 니코, 안토니오 등 낯선 이름이지만 오히려 소설 속에서 일어나는 일은 결코 멀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기도 하다.
저자는 특유의 신랄하고 냉소적인 분위기로 ‘공장 폐쇄’라는 갑작스러운 선고를 접한 직원들과 회사 측 인사들의 심리를 세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20년 가까이 해온 회사생활의 내공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동안의 작품이 난해해 대중이 접근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이번 작품만큼은 어렵지 않게 읽히는 것도 장점이다. (문학동네, 264쪽, 1만3000원)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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