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약물 방출시켜 약효 높여요"…치매 치료제 개량신약 개발 나선 지투지바이오

입력 2018-03-01 18:04
수정 2018-03-02 00:40
이희용 지투지바이오 대표
치매 조현병 등 약효 오래가는 개량신약 개발 나서




"치매나 조현병을 앓는 환자는 약을 제때 챙기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기대만큼 약효가 나타나기 어려운 이유죠."

최근 대전 유성 지투지바이오 본사에서 만난 이희용 대표(사진)는 "현실적으로 복약 환경이 환자마다 제각각인 상황에서는 같은 약효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다른 환경에서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치료제를 디자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출항을 시작한 지투지바이오는 약효가 더 오래 지속되는 개량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약물이 서서히 방출되도록 하는 기술을 통해서다. 새로운 약물을 개발하기보다 임상 효과를 검증받아 이미 출시돼 있는 약물의 효과를 높여 새로 출시한다는 전략이다. 이 대표는 "후보물질부터 신약이 탄생하기까지 15년 가까운 시간과 조(兆) 단위의 비용이 들어간다"며 "그에 비해 개량신약은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동등성만 입증하면 되기 때문에 시간을 7~8년으로 단축하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허가 만료되더라도 기술적인 장벽이 높아 후발주자들이 쉽게 모방하기 어렵다는 것도 개량신약의 장점이다. 이 대표는 "의약품 성분은 특허가 만료돼 공개되면 금세 모방하기 쉽지만 약효를 지속하는 기술은 따라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투지바이오는 첫 작품으로 치매 치료제를 택했다. 일본 제약사 에자이가 개발한 경구용 치매 치료제 ‘아리셉트’를 주사제 형태로 바꿔 개발한다. 아직 치매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는 없지만 증상을 늦추거나 유지하기만 하더라도 의료비를 비롯해 사회적인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지투지바이오는 환자의 복용 편의성을 높여 약효를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이 대표는 “아리셉트는 하루에 1회 복용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따르지 않는 환자가 적지 않다”며 “지투지바이오가 개발 중인 개량신약은 한 달에 1회 주사만 하면 되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개량된 치매 치료제는 동물실험을 거쳐 내년 상반기 임상 1상에 진입하는 게 목표다. 여기에는 약물을 생체분해성 고분자로 감싸 미립구로 만든 뒤 서서히 체내에 녹아 흡수되도록 하는 ‘이노램프’ 기술이 적용됐다. 지투지바이오는 입자 크기를 균일하게 생산하는 기술을 통해 경제성도 확보했다. 화장품 산업에서 많이 쓰이는 기계를 도입해 의약품에 맞게 개량했다. 기존에는 입자의 크기가 균일하지 않고 양산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 대표는 "입자가 균일해지면 수율이 올라가 공정을 단축하고, 생산시설 구축비용 절감 등을 통해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며 "바늘이 가는 주사기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환자 편의성도 올라간다"고 했다.

이 대표는 약물 지속성을 높이는 연구만 23년 이상 해 온 개량신약 전문가다. 15년 이상 몸 담았던 펩트론에서 이 대표는 개량신약을 개발해 기술이전뿐만 아니라 시판까지 이끌어낸 경험이 있다. 연 25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대웅제약의 전립샘암 치료제 ‘루피어’는 그가 상용화하는 데 일조한 대표적인 작품이다.

지투지바이오에는 설은영 연구소장, 이수정 이사 등 당시 펩트론에서 함께 했던 연구원들이 합류해 힘을 보탰다. 이 대표는 “치매 치료제를 시작으로 파킨슨병, 조현병 등 신경질환 쪽으로 영역을 넓혀갈 것”이라고 했다.

대전=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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