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甲"…'사라진 밤' 한국판 스릴러의 미덕

입력 2018-02-28 17:45
수정 2018-03-02 10:49

다음 내용이 궁금해 눈을 뗄 겨를이 없는 영화. 스릴러의 미덕을 고루 겸비한 작품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김상경, 김강우, 김희애 주연의 '사라진 밤'의 이야기다.

'사라진 밤'은 국과수 사체보관실에서 윤설희(김희애)의 시체가 사라진 후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남편 박진한(김강우)와 진실을 쫓는 형사 우중식(김상경) 사이에서 벌어지는 단 하룻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영화는 스페인 영화 '더 바디'를 리메이크해 아내의 죽음 이후 시작되는 원작의 골격은 차용하되 이야기를 해체한 후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각색됐다.

한국 관객이 선호하는 스릴러의 장점들을 차용하면서 빠른 전개로 높은 몰입감을 주고 인물의 성격을 한국식으로 재구성해 한정된 공간에서 팽팽한 대립과 내적 갈등을 대칭적으로 보여주면서 극적 재미를 더했다.

연출은 충무로의 신예 이창희 감독이 맡았다. 자타공인 연기파 배우들인 김상경, 김강우, 김희애는 이 감독의 연출력에 혀를 내둘렀다.


28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사라진 밤' 언론시사회에서 김상경은 "촬영한 것이 110분이고 편집본이 101분이다. 거의 덜어낸 것 없는 경제적으로 촬영한 영화"라고 칭찬했다.

이 감독이 치밀하게 계산을 하지 않고서는 이렇게 정확하게 촬영할 수 없었다는 것이 설명이다.

김희애는 "완벽한 콘티에 감독님의 디렉션만 따라 연기하면 됐다"라며 "그만큼 신뢰가 갔고 믿음이 생겼던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이창희 감독은 "한정된 공간, 시간에서 촬영을 하기 위해 콘티에 노력을 기울였다. 자세히 보면 유기적으로 모두 연결돼 있다. 투자사에선 싫어 할 수 있다. 많이 찍어야 편집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우들이 많이 믿어주신 것 같다"라고 공을 돌렸다.


김상경은 '살인의 추억', '몽타주', '살인의뢰' 등에서 선보인 형사 캐릭터와는 결이 다른 연기로 극의 중심을 잡았다.

그는 "'살인의 추억' 때는 살을 쭉 뺐었다. 이번엔 망가져있는 모습이어야 했어서 촬영이 끝날 때마다 형사 팀을 붙잡고 술을 마셨다"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주안점은 캐릭터 안에 다른 생각을 넣느냐에 대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를 배제하고 감독님과 상의하며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대척점에서 연기한 김강우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이번에 김강우가 호흡을 많이 쓰는데 그 설정이 좋았던 것 같다. 같이 하면서 상대 배우가 올곧게 잘 할 때 그것 만큼 고마운게 없다. 제가 잘 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라고 치켜세웠다.

김강우는 이 영화에서 선과 악이 공존하는 양면성을 능수능란하게 연기했다. 가히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다.

그는 "잘 못 했다가는 정말 비호감 될 수 있겠구나, 욕 먹기 좋은 캐릭터라고 생각했다"라고 운을 뗐다. 아내를 죽인 남편에 바람까지 피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강우는 이에 "감독님께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게끔 전사를 넣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부탁드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충분하다'고 말했는데 오늘 영화를 보고 나니 납득이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작품 선택하는데 불편한 요소들이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걸렸다. 감독이 자신의 단편영화를 보여줬는데 한정된 공간 안에서 서스펜스를 잘 만들더라. 믿고 출연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극의 진정한 신스틸러는 김희애다. 그는 극 초반 남편에게 살해당하면서도 영화 전반을 지배하는 힘을 가졌다.

김희애는 "아무것도 할 게 없었던 영화"라며 "가성비가 좋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감독님이 콘티를 완벽하게 주셔서 대안할 커트를 가져가도 필요 없었다. 지시대로 움직이면 됐다. 마치 광고 같았다"라고 전했다.

또 "감독이 무슨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확고하게 알 것 같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상경은 "김희애 같은 배우가 한 번 더 찍자고 하면 보통은 다시 촬영한다. 하지만 이창희 감독은 신인이라 단호하게 안찍겠다고 하더라"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 감독은 원작과 '사라진 밤'의 차이점에 대해 "원작이 복수에 관한 이야기라면 '사라진 밤'은 시체를 찾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장 많이 변화된 캐릭터는 중식(김상경)이다. 입체적인 면을 불어넣기 위해 뺀질거리는 캐릭터로 바꾸었고 그런 생각대로 시나리오를 집필했다"라고 강조했다.

영화 '사라진 밤'은 오는 3월 7일 개봉 예정이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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