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새로운 제품·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 또는 유예해주는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골자로 한 ‘규제혁신 5법’을 의원입법으로 발의한다고 밝혔다. 새로 제정되는 금융혁신지원법과 행정규제기본법, 산업융합촉진법, 정보통신융합법, 지역특구법 개정안이다.
여당이 4차 산업혁명 시대 대응을 위해 규제의 신속 확인, 임시 허가, 실증을 위한 특례 등 몇 가지 원칙과 방향을 분명히 한 점은 과거에 비해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주렁주렁 달린 규제 특례 제한조건을 보면 규제혁신이 제대로 탄력을 받을지 의문이 든다. 국민의 생명·안전·환경을 저해하면 규제 특례를 제한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그렇다. 일견 당연해 보이지만 문제는 그 해석과 범위에 있다. 생명·안전·환경을 넓게 보기 시작하면 이에 걸리지 않을 신산업이 거의 없다. 가뜩이나 환경 도그마 등에 사로잡힌 시민·환경단체의 목소리가 높은 점을 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
개인정보를 엄격히 보호할 수 있도록 조치한 후 규제 특례가 가능하도록 한 점도 문제가 있긴 마찬가지다. 국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은 ‘데이터 보호’ 족쇄만이라도 빨리 풀어달라고 서명운동까지 벌이는 판국이다.
민주당은 규제혁신 5법이 자유한국당이 발의한 규제프리존법보다 낫다고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제한조건이 달린 규제혁신 5법이나 수도권을 제외한 규제프리존법이나 반쪽짜리에 불과한 건 마찬가지다. 기업은 ‘샌드박스’ 안에서의 시험 차원을 넘어 밖에 있는 ‘시장’, 그것도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꽃피우고 싶어한다. 여야가 규제혁신에 나서겠다면 ‘글로벌 스탠더드’를 놓고 경쟁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