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수술 하고 뇌 치료"… 대형병원도 'VR 시대'

입력 2018-02-28 16:36
분당차병원·강남세브란스… 정신병 재활 치료 등에 활용
VR앱으로 병원시설 안내도

"세계 의료용 VR시장 22억달러… 국내업체도 관련제품 적극 개발을"


[ 임유 기자 ]
가상현실(VR) 기술이 의료 현장을 바꿔놓고 있다. 환자 및 보호자의 병원 안내와 의료인력 교육은 물론 환자 치료 수단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의료용 VR 시장 성장세도 가파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세계 의료용 VR 시장은 2016년 10억9000만달러에서 2019년 22억3000만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VR 기술로 환자 치료

국내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VR을 도입하는 곳이 늘고 있다. VR이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등에서 VR과 치료를 접목하는 시도가 활발하다. 분당차병원 재활의학센터는 뇌졸중이나 사고로 신체 일부가 마비된 환자가 VR 기기를 머리에 착용한 뒤 바닷속을 돌아다니는 물고기를 손으로 잡게 하는 방식으로 재활 치료를 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김민영 분당차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의료진과 환자 모두 VR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며 “VR이 환자의 흥미를 자극해 재활 치료 참여 동기를 높여준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도 3차원(3D) 동작인식카메라로 환자의 움직임을 인식해 화면 속에 구현하는 식으로 환자의 관심을 유발하는 재활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역시 의료용 VR 도입에 적극적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상현실클리닉과 가천대길병원 가상현실치료센터는 인지행동장애, 조현병, 알코올 중독, 각종 공포증 등을 치료하는 데 VR을 활용하고 있다. 환자가 청중 앞에서 발표를 하거나 교통사고를 당하는 등 불안을 느끼는 상황을 VR 기기로 경험하며 적절히 대처하는 법을 훈련하는 식이다.

◆VR 착용하고 수술 교육 받기도

의학 교육과 병원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도 VR이 한몫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2년 전 VR 교육 시스템을 도입해 전공의, 간호사, 의대생을 가르치고 있다. 수술실에 들어가 수술 집도 과정을 생생하게 지켜보는 듯한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비만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365mc병원은 팔뚝 허벅지 같은 부위를 입체적으로 재현해 지방흡입 수술법을 효율적으로 익힐 수 있는 VR 교육 시스템을 구축했다.

한 병원 관계자는 “참여자가 많으면 집중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고 환자 안전에 문제가 생길지 모르는 현장 교육을 VR이 대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VR은 고객의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는 수단이기도 하다. 삼성서울병원은 환자와 내원객이 낯선 병원 환경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주요 시설을 둘러볼 수 있는 VR 앱(응용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암 환자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기 위해 병실 등에서 국내외 유명 관광지를 가상으로 체험해볼 수 있는 앱도 내놨다.

◆VR 의료기기 개발 ‘활기’

의료용 VR 기기 개발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룩시드랩스는 뇌파 센서와 시선 추적 카메라가 부착된 VR 기기인 ‘룩시드 VR’을 개발했다. 엠투에스는 고려대병원과 안과용 VR 검진기기를 개발 중이다. 서틴스플로어는 분당서울대병원과 손잡고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국내 의료용 VR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VR 기반의 의료기기 허가 신청을 한 업체는 한 곳도 없다. 진료에 활용되는 VR은 아직 실험 단계 수준이다. 의료용 VR 기기의 심사 기준조차 없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관계자는 “하반기에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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