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수푸 회장 다임러 지분 9.69% 사들여
중국 ‘자동차 굴기’ 가속화
“국내 업체, 협력 관계 따라 희비 갈릴 수도”
중국 지리자동차의 리수푸 회장이 독일 다임러의 최대주주로 떠올랐다. 순수 전기자동차 개발 등에서 기술 제휴를 맺기 위해서다. 지리차는 스웨덴 볼보자동차와 영국 스포츠카 로터스를 품은 데 이어 다임러의 주인 자리까지 꿰차게 됐다.
지리차가 글로벌 자동차 시장 ‘게임 체임저’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의 ‘자동차 굴기’ 속도 또한 점점 빨라지면서 국내 업체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리 회장은 다임러 지분 9.69%를 약 90억달러(약 9조6000억원)에 취득했다. 그는 앞서 회사 측에 제안한 지분 5% 신주 취득이 거절당하자 공개매수 방식으로 주식을 사들였다.
리 회장은 메르세데스벤츠와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한 연합체를 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임러는 벤츠와 다임러트럭 등을 산하에 두고 있다.
이렇듯 지리차가 공격적 경영 행보를 이어가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간 치열한 진영 다툼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는 리 회장이 다임러 최대주주로 올라선 만큼 협력 관계에 따라 희비가 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는 기업으로는 만도가 꼽혔다. 만도는 자동차 부품업체로서 첨단 운전자지원시스템(ADAS) 등을 만들고 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만도는 지리차에 서스펜션과 브레이크 등을 공급하고 있다”며 “그동안 두 회사 간 ADAS 부문 협력 강화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지리차가 독일 업체와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할 수도 있다”면서 “이 경우 일반 부품 공급사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온시스템은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리 회장의 다임러 투자는 중국 내 벤츠의 위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덕분에 벤츠 판매가 증가한다면 관련 부품을 공급 중인 한온시스템에겐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지리차가 볼보차를 인수하자 중국 판매량은 2012년 7450대에서 지난해 9만1052대로 크게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지리차가 다임러 지분을 사들인 것 만으로는 빠른 변화가 나타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벤츠는 르노닛산과 손잡고 차 개발 과정을 협력하고 있다. 중국 내에선 베이징자동차(BAIC)와 합작법인(조인트벤처)을 설립해 내년 전기차 브랜드 ‘EQ’를 선보일 예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메이저 업체는 복잡하고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면서 “리 회장의 지분 취득이 분명한 의미는 있으나 이해득실을 따지는 셈법이 복잡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설립 20여년 밖에 안된 지리차가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어온 데는 성공적 인수합병(M&A) 전략과 신기술 투자가 있었다.
지리차는 볼보차와 말레이시아 국영 차업체 프로톤홀딩스, 로터스, 미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테라푸지아에 투자하는 등 몸집을 키우고 있다. 이에 힘입어 홍콩증시에 상장된 주식 가격도 지난 1년간 2배 이상 올랐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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